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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블러 시대 생존 전략: 비자(금융), 유튜브(커머스)가 알려준 경계 붕괴의 비밀

글연못 2025. 11. 17.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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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 참 흥미롭게 돌아가죠.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는 '결제'는 카드사나 은행에서, '영상'은 유튜브 같은 미디어에서, '쇼핑'은 커머스 앱에서 하는 게 당연했습니다. 각자의 영역이 꽤 뚜렷했단 말이죠.

그런데 최근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얼마 전 비자(Visa)카드가 은행 계좌가 없어도 전 세계 송금이 가능한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발표했더라고요. 이건 단순히 '카드 결제'를 넘어 사실상 '글로벌 은행'의 영역으로 들어선 셈입니다.

동시에 유튜브는 어떤가요? 우리가 그저 재밌는 영상이나 정보를 보던 곳에서 이제는 마켓컬리, 오늘의집 같은 전문몰과 손잡고 '쇼핑'의 중심지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영상을 보다가 '어, 저거 괜찮네?' 싶으면 바로 구매 버튼을 누르는 거죠. 글로벌 숏폼 기업이 서울에서 대규모 컨퍼런스를 여는 등, 이 짧은 콘텐츠(숏폼)가 미디어와 커머스를 융합하는 속도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이 현상들을 따로따로 보면 그저 '아, 신기한 서비스가 나왔구나' 싶지만, 한데 묶어보면 무섭도록 거대한 하나의 흐름이 보입니다. 바로 산업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입니다. 금융, 미디어, 커머스, IT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고 뒤섞이면서 완전히 새로운 판이 짜이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거대한 지각 변동의 의미를 짚어보고, 특히 새로운 기회를 찾는 4050 비즈니스 리더들이 이 파도 속에서 어떤 인사이트를 얻어야 할지, 그 생존 전략을 3가지 관점에서 깊이 있게 분석해 보겠습니다.


1. "은행이 아니어도 괜찮아": 비자(Visa)가 그리는 거대한 금융의 미래

첫 번째 이야기는 '금융의 경계'가 무너지는 현장입니다. 비자카드가 은행 계좌 없이 해외 송금을 지원한다는 뉴스는 사실 엄청난 선언이에요.

전통적으로 비자나 마스터카드 같은 카드사들은 '결제망(Network)'을 제공하는 파이프라인(Pipeline) 사업자에 가까웠습니다. 은행과 고객, 상점을 연결해주는 중개자 역할이죠. 하지만 이제 비자는 직접 '플랫폼'이 되려 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언뱅크드(Unbanked,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 시장을 겨냥해, 기존 은행 시스템을 건너뛰고 직접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겁니다.

이는 핀테크 기업들이나 하던 파괴적 혁신을 기존 금융의 '공룡'이 직접 실행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왜일까요? 데이터와 고객 접점을 모두 가졌기 때문이죠. 이미 전 세계적인 결제 인프라를 장악한 비자가 마음만 먹으면, 송금은 물론이고 대출, 보험까지 확장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 현상은 우리에게 명확한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이 속한 산업의 '당연했던' 역할은 무엇인가?" 비자에게 '결제망 중개'가 당연했던 역할이라면, 이제 그들은 그 역할을 스스로 파괴하고 있습니다. 은행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다른 은행이 아니라 비자, 혹은 구글이나 애플이 될 수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셈이에요. 4050 리더분들이라면 현재 자신의 비즈니스가 제공하는 '핵심 가치'가 다른 산업의 거대 플랫폼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은 없는지 점검해봐야 할 때입니다.


2. "보면서 바로 산다": 유튜브와 컬리가 만났을 때 생기는 일

두 번째는 '콘텐츠와 커머스의 융합'입니다. 이건 정말 우리 일상에 가장 빠르고 깊게 파고드는 변화죠.

유튜브가 마켓컬리, 퀸잇, 오늘의집과 제휴를 맺었다는 것은 '콘텐츠 소비'와 '상품 구매' 사이의 벽이 완전히 허물어졌음을 의미합니다. 과거에는 우리가 TV 광고(콘텐츠)를 보고 기억해뒀다가, 나중에 마트(커머스)에 가서 물건을 샀습니다. 이 과정에는 분명한 시간적, 공간적 분리가 있었죠.

하지만 이젠 어떤가요? 숏폼이 주도하는 미디어 환경은 이 모든 과정을 '즉시'로 압축시켰습니다.

  1. 발견: 숏폼을 넘기다가 흥미로운 요리 영상을 봅니다. (관심 유발)
  2. 정보: 영상 속 크리에이터가 마켓컬리의 밀키트를 사용합니다. (정보 획득)
  3. 구매: 영상 하단의 '구매하기' 버튼을 누르고, 몇 번의 터치로 결제까지 끝냅니다. (행동 완료)

이 모든 것이 단 1분 안에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인지 → 관심 → 검색 → 구매'로 이어지던 전통적인 고객 여정(Customer Journey)이 '발견 즉시 구매'로 파괴적으로 단축된 것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유튜브가 '모든 것'을 파는 종합몰이 아니라, 컬리(신선식품), 오늘의집(인테리어) 같은 '버티컬 커머스(Vertical Commerce)' 강자들과 손을 잡았다는 사실입니다. 즉, 가장 강력한 '콘텐츠 플랫폼'과 가장 강력한 '전문 커머스'가 만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택한 거죠.

이는 비즈니스를 하는 입장에서 '우리 고객은 어디서 우리를 만나는가?'라는 질문을 근본적으로 다시 하게 만듭니다. 고객은 더 이상 우리 매장이나 우리 앱으로 '찾아오지' 않습니다. 고객이 머무는 '일상의 맥락'(유튜브 시청, 인스타그램 탐색) 속으로 우리가 직접 '파고들어야' 하는 시대가 된 거죠.


3. 경계가 사라진 시장: 4050 리더가 주목할 단 하나의 기회

마지막으로, 이 모든 '빅블러' 현상이 우리 4050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시사하는 바를 정리해봐야겠습니다. 혼란스럽게만 보이지만, 사실 여기엔 엄청난 기회가 숨어있습니다.

경계가 무너진다는 것은, 거꾸로 말하면 '어디로든 연결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성공 방식은 '내 우물'을 깊게 파는 것이었습니다. 금융 전문성, 유통 전문성, 미디어 전문성...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비자가 금융 전문성만 고집했다면 송금 서비스는 상상도 못 했을 테고, 유튜브가 미디어 전문성만 고집했다면 커머스 확장은 불가능했겠죠.

이들의 공통점은 '고객의 불편함'이나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는 곳'이라는 본질에 집중했다는 점입니다.

  • 비자는 "사람들이 왜 비싼 수수료와 복잡한 절차를 거쳐 송금해야 하지?"라는 '불편함'을 파고들었습니다.
  • 유튜브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우리 플랫폼에서 왜 굳이 다른 곳으로 이동해 쇼핑해야 하지?"라는 '맥락'을 파고들었습니다.

이것이 4050 리더들에게 주는 핵심 인사이트입니다. 지금 당장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면 어떨까요?

  • 나의 고객은 누구이며, 그들은 현재 어떤 '맥락' 속에 있는가? (예: 내 고객이 유튜브를 본다면, 나는 유튜브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 나의 핵심 역량(Core Competency)은 무엇이며, 이 역량을 '다른 산업'에 어떻게 연결(융합)할 수 있는가? (예: 내가 금융 전문가라면, 이 지식을 커머스나 미디어와 어떻게 결합할 수 있을까?)

빅블러 시대의 기회는 산업과 산업이 만나는 '경계면' 혹은 '이음새'에 있습니다. A와 B를 연결하는 C를 찾아내는 것이죠.


마무리: 경계를 무너뜨리는 자가 시장을 지배한다

오늘 우리는 비자의 금융 영토 확장과 유튜브의 커머스 진출이라는 두 가지 큰 사건을 통해,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는 '빅블러' 시대의 거대한 흐름을 살펴봤습니다.

사실 이 현상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경쟁자가 되고, 전혀 상관없어 보이던 산업이 내 시장을 위협하니까요. 하지만 동시에 이는 엄청난 기회의 신호이기도 합니다. 내가 가진 전문성과 경험을 '새로운 판'에 연결할 수만 있다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시장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복잡한 세상을 쉽게 풀어내는 것이 저의 미션이라고 말씀드렸었죠. 오늘 이야기도 결국 하나로 모아집니다.

더 이상 '나는 금융인이다', '나는 미디어인이다'라고 스스로를 규정하지 마세요. 비자가 스스로를 '결제망' 회사로 규정하지 않았듯이 말입니다. 대신 "나는 고객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가?" 혹은 "나는 고객의 '어떤 맥락' 속에 스며들 수 있는가?"를 질문해야 합니다.

경계가 사라진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깊은 우물'이 아니라 '더 넓은 연결'입니다. 여러분의 비즈니스는 지금 무엇과 연결될 준비를 하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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