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심리와 착각들] 풍자가 현실이 되는 순간 – Cow Clicker와 슈뢰딩거의 고양이
– 풍자가 현실의 설명이 되어버린 이야기들
우리는 종종 어떤 구조를 비판하거나 조롱하기 위해 예시를 만듭니다. 하지만 그런 과장된 풍자나 실험이 오히려 그 구조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설명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할 두 가지 사례가 그렇습니다. 하나는 21세기 디지털 중독의 구조를 풍자한 게임이고, 다른 하나는 20세기 양자역학을 비틀어 만든 사고실험입니다.
🐄 Cow Clicker – 클릭 하나로 보여준 현대 소비의 구조
2010년, 미국 조지아공대 교수 이언 보그스톡(Ian Bogost)은 Facebook 소셜게임을 비판하는 실험적 게임 《Cow Clicker》를 개발했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의미 없이 클릭하고, 보상 루프에 빠져드는 시스템을 극단적으로 단순화하여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I made Cow Clicker as satire. A cow-clicking game that boiled social games down to their most superficial mechanics." ― Ian Bogost
게임 내용은 단순합니다: 젖소를 6시간마다 클릭하고, 더 빠르게 클릭하려면 돈을 내며, 황금 젖소 스킨도 구매할 수 있습니다. 보그스톡은 이 게임을 비판적 실천(critical practice)이라 불렀습니다.
여러분도 제가 간단하게 만든 게임을 아래에서 직접 체험해 보세요!
🧨 그런데 풍자가 진짜가 되었다
Cow Clicker는 수많은 유저를 끌어모았고, 실제로 황금 젖소에 돈을 지불하는 유저들도 생겼습니다. 보그스톡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I accidentally built the thing I was trying to critique." ― Ian Bogost
그는 비판하려던 시스템을 실제로 구현하게 되었고, 사람들은 그 안에 진심으로 몰입했습니다.
"Cow Clicker wasn't a failed satire. It was a successful demonstration of how we play before we think." ― Ian Bogost
카우 클릭커는 실패한 풍자가 아니었다. 우리는 생각하기 전에 먼저 플레이한다는 사실을 성공적으로 보여준 실험이었다.
📜 Cow Clicker가 던진 역사적 메시지
Cow Clicker는 디지털 자본주의 소비 구조를 보여주는 압축적 모델이 되었습니다. SNS, 유튜브, 커머스까지 동일한 구조를 따르는 지금, 이 실험은 시대를 미리 경고한 하나의 역사적 사례라 볼 수 있습니다.
🐱 슈뢰딩거의 고양이 – 비판이 과학의 상징이 되기까지
1935년,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는 양자역학의 해석을 비판하기 위해 상자 안의 고양이 실험을 고안했습니다.
고양이는 상자 속에서 죽은 상태와 살아 있는 상태가 동시에 존재한다 — 그것이 양자 중첩이다.
이 실험은 처음엔 코펜하겐 해석을 조롱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양자역학을 설명하는 대표적 비유로 자리 잡았습니다.
🧠 두 이야기의 공통점: 풍자가 설명이 된다는 것
이 두 사례는 비슷한 패턴을 보입니다. 조롱하려 했던 구조가 오히려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풍자 구조에 몰입하거나, 그 안에서 세상을 이해하게 됩니다.
🔍 역사적으로 이것이 의미하는 것
풍자나 디스토피아는 시대를 비판하는 수단이지만, 때로는 그 구조 자체를 설명하는 교과서적 도구가 됩니다. Cow Clicker와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그 과정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입니다.
🪞 마치며

비판하려 했던 구조가, 결국 가장 명확하게 그 현상을 설명하는 상징이 되는 순간.
그 안에 들어간 건 고양이도, 젖소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우리였습니다.
비판하려 했을 뿐인데,
우리가 그 안에 들어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