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의 딜레마 게임 Fickle Allies, 죽일 순 없어도 훔칠 순 있는 동맹의 심리

이런 장면을 떠올려 보세요. 고등학교 동창 넷이 돈을 모아 작은 가게를 열기로 했습니다. 계약서에는 "누구도 자기 몫을 마음대로 남에게 팔지 않는다"고 적었죠. 그런데 누가 가게에 더 자주 나올지, 거래처에서 받은 덤을 누가 챙길지는 적지 않았습니다. 약속이 막아 준 것은 가장 큰 배신 하나뿐이고, 작은 배신은 전부 열려 있는 셈입니다.
죄수의 딜레마 게임이라고 부를 만한 신작이 이 구조를 규칙으로 옮겨 놓았습니다. 9월 30일 스팀에 나온 Fickle Allies에서는 같은 편끼리 서로 죽일 수 없지만, 같은 편의 물건을 훔치는 것은 막아 주지 않습니다. 이 규칙 하나가 사람들이 약속을 맺고 지키는 방식을 꽤 정확하게 건드립니다. 오늘은 게임보다 그 뒤에 있는 사람의 원리를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죄수의 딜레마 뜻, 한 줄로
죄수의 딜레마는 둘이 협력하면 둘 다 괜찮은 결과를 얻는데, 각자 자기 이익만 따지면 배신이 유리해 보여서 결국 둘 다 손해를 보는 상황을 말합니다. 공범 두 사람이 따로 조사받을 때 서로 입을 다물면 둘 다 가벼운 벌로 끝나지만, 상대가 불까 봐 먼저 불어 버리면 둘 다 무거운 벌을 받는다는 이야기에서 나온 이름입니다.
동업, 곗돈, 공동 구매, 형제끼리 부모님 병원비를 나누는 약속까지, 우리 일상에는 이 모양의 일이 많습니다. 다 같이 지키면 모두에게 좋은데, 나 하나 슬쩍 빠지면 나만 조금 더 이득인 구조죠.
목숨은 지켜 주고 재산은 안 지켜 주는 동맹
게임 정보는 짧게 적겠습니다. Fickle Allies는 Ashfire Gaming Labs가 만들고 배급한 1인칭 멀티플레이 게임으로, 2026년 9월 30일 스팀에 출시됐고 한국어를 지원합니다. 저택과 지하철, 버려진 시설을 돌아다니며 수정을 모아 안전 구역에 보관하고 탈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눈여겨볼 규칙은 세 가지입니다. 스팀 소개문에 적힌 내용 그대로입니다.
- 모든 수정이 보관되기 전에는 아무도 탈출할 수 없습니다. 결국 모두가 모아야 끝나는 공동 과제입니다.
- 그룹을 만들면 그룹원끼리는 서로 죽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동맹이 수정 도난까지 막아 주지는 않습니다.
- 그룹을 떠나면 그 영향이 계속 남습니다.
첫 번째 규칙만 보면 협력 게임입니다. 다 같이 모아야 다 같이 나가니까요. 그런데 누가 보관했느냐에 따라 개인 점수가 갈립니다. 공동 목표 위에 개인 보상을 얹은 것이죠. 여기에 '죽이지는 못하지만 훔칠 수는 있는' 동맹이 더해지면, 플레이어는 같은 편을 믿어야 하면서 동시에 같은 편에게서 주머니를 지켜야 합니다. 스팀 소개문의 마지막 문장도 "이곳에서 신뢰는 오래가지 않습니다"입니다.

또 만날 사람에게는 다르게 군다
이 설계가 건드리는 원리는 40여 년 전 실험에서 이미 드러났습니다. 정치학자 로버트 액설로드는 죄수의 딜레마를 여러 번 되풀이하는 컴퓨터 대회를 열고 학자들에게 전략 프로그램을 받았습니다. 첫 대회에 14개, 두 번째 대회에 62개가 참가했는데, 두 번 모두 가장 단순한 전략이 1등을 했습니다. '팃포탯(tit for tat)', 우리말로 '눈에는 눈'쯤 되는 전략입니다. 처음에는 협력하고, 그다음부터는 상대가 바로 전에 한 대로 따라 합니다. 이 결과는 1981년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 '협력의 진화'로 정리됐습니다(Axelrod & Hamilton, Science 211권, DOI 10.1126/science.7466396).
액설로드가 꼽은 이 전략의 성질은 네 가지였습니다. 먼저 배신하지 않는다. 배신당하면 바로 갚는다. 상대가 돌아오면 용서한다. 그리고 상대가 내 행동을 쉽게 읽을 수 있다. 중요한 전제가 하나 붙습니다. 같은 상대를 '또 만난다'는 것입니다. 한 번 보고 말 사이라면 배신이 이득이지만, 내일도 모레도 만날 사이라면 오늘의 배신이 내일의 손해로 돌아옵니다.
게임의 세 번째 규칙, 그룹을 떠나면 영향이 남는다는 대목이 바로 이 '내일'을 만드는 장치로 읽힙니다. 여기부터는 필자의 해석입니다만, 배신에 꼬리표가 붙지 않으면 동맹은 매 순간이 한 번뿐인 만남이 되고, 그러면 훔치지 않을 이유가 사라집니다.
벌줄 수 있을 때 협력이 버틴다
두 번째 근거는 경제학 실험입니다. 에른스트 페어와 지몬 게히터는 참가자들이 각자 가진 돈의 일부를 공동 계좌에 넣는 실험을 했습니다. 다 같이 많이 넣으면 모두 이득이지만, 나만 안 넣고 남이 넣은 덕을 보면 더 이득인 구조입니다. 결과는 조건에 따라 갈렸습니다. 얌체를 벌줄 방법이 없을 때는 회차가 거듭될수록 공동 계좌에 넣는 돈이 줄었습니다. 반대로 자기 돈을 조금 들여 얌체에게 벌점을 줄 수 있게 하자 넣는 돈이 높게 유지됐습니다(Fehr & Gächter, American Economic Review 90권 4호, 2000년, DOI 10.1257/aer.90.4.980. 논문 초록과 널리 인용되는 결과 기준입니다).
눈에 띄는 점은 사람들이 자기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얌체를 벌줬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 처음부터 얌체 짓이 줄었습니다.
Fickle Allies의 동맹이 불안한 이유가 여기서 설명됩니다. 같은 편은 죽일 수 없으니, 내 수정을 훔친 동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벌이 막혀 있습니다. 보호 장치가 처벌 수단을 같이 묶어 버린 셈이죠. 남는 방법은 되훔치거나 그룹을 깨는 것뿐입니다.

이 원리가 통하지 않는 조건
눈에는 눈 전략이 늘 정답은 아닙니다. 세 가지 조건에서는 힘을 잃습니다.
첫째, 끝이 보일 때입니다. 마지막 판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면 '내일의 손해'가 사라집니다. 폐업을 앞둔 동업, 해산이 정해진 모임에서 약속이 헐거워지는 이유입니다. 게임에서도 탈출 직전이 가장 위험한 순간일 가능성이 큽니다.
둘째, 실수와 배신을 구별하기 어려울 때입니다. 상대가 깜빡한 것을 배신으로 읽고 갚아 주면, 상대도 갚고, 보복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후속 연구에서는 실수가 섞이는 환경이라면 가끔 그냥 넘어가 주는 '너그러운' 변형이 더 잘 버틴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Nowak & Sigmund, Nature 355권, 1992년).
셋째, 다시 만날 일이 없는 익명의 상대입니다. 전 세계 누군가와 한 판 하고 헤어지는 공개 매치에서는 평판이 쌓일 틈이 없습니다. 친구끼리 하는 비공개 방과 낯선 사람과 하는 공개 방에서 같은 규칙이 전혀 다른 게임이 되는 까닭입니다.

약속을 맺기 전에 적어 볼 세 줄
동업이든 곗돈이든 형제간의 비용 분담이든, 약속을 맺을 때 우리는 보통 "서로 믿으니까"에서 멈춥니다. 이 게임의 규칙은 그 믿음을 세 줄로 나눠 적어 보라고 권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 이 약속이 막아 주는 것은 무엇인가. 계약서나 규칙에 실제로 적힌 것만 적습니다.
- 이 약속이 막아 주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가. 출근 횟수, 잔돈 정산, 연락 두절 같은 작은 일들입니다. 사이가 틀어지는 곳은 대개 여기입니다.
- 누가 어기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크게 터뜨리는 것 말고, 작게 바로 할 수 있는 대응이 있어야 합니다. 다음 달 정산에서 빼기, 역할 바꾸기 같은 것들이죠.
그리고 하나 더, 이 사람과 앞으로도 계속 만날 사이인지를 봅니다. 또 만날 사이이고, 작은 어김에 작게 대응할 길이 있다면 반쪽짜리 약속으로도 협력은 굴러갑니다. 둘 다 없다면 약속의 문장을 더 촘촘히 적는 수밖에 없습니다. 믿음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믿음이 일하기 좋은 자리를 만들어 주는 일입니다.
출처
- Steam 상점 Fickle Allies 페이지(출시일, 지원 언어, 규칙 소개문): https://store.steampowered.com/app/5146720/
- Axelrod, R., & Hamilton, W. D. (1981). The Evolution of Cooperation. Science, 211(4489), 1390–1396. https://doi.org/10.1126/science.7466396
- Fehr, E., & Gächter, S. (2000). Cooperation and Punishment in Public Goods Experiments. American Economic Review, 90(4), 980–994. https://doi.org/10.1257/aer.90.4.980
- Nowak, M. A., & Sigmund, K. (1992). Tit for tat in heterogeneous populations. Nature, 355, 250–253. https://doi.org/10.1038/355250a0
직접 플레이한 후기가 아니라 스팀 소개문에 공개된 규칙과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