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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콤 웃음소리는 왜 생겼나, 1950년 '래프 박스'가 만든 녹음된 웃음

글연못 2026. 10. 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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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국 시트콤을 틀어 놓으면 대사 끝마다 웃음소리가 터집니다. 배우가 문을 열고 들어오기만 해도 "와하하" 하고요. 혼자 보는데도 거실이 북적이는 느낌이 들죠. 그런데 이 웃음 상당수는 그 자리에 있던 관객의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미리 녹음해 둔 웃음을 사람이 손으로 골라 끼워 넣은 소리였거든요.

이 '통조림 웃음(canned laughter)'은 어떻게 생겨났을까요. 따라가 보면 한 방송 엔지니어와, 오르간처럼 생긴 상자 하나가 나옵니다.

라디오에서 먼저 시작됐다

미국 콜로라도대 볼더 캠퍼스의 제러드 바히르 브라우시 교수가 2025년 9월 학교 매거진에 쓴 글에 따르면, 출발점은 라디오였습니다. 1947년 6월 잭 멀린이 테이프 녹음 기술을 빙 크로스비 라디오쇼 제작진에게 시연했고, 크로스비의 쇼는 녹음해서 내보내는 첫 대형 라디오 프로그램이 됐습니다.

녹음이 가능해지자 편집도 가능해졌습니다. 어느 날 코미디언 밥 번스의 공연이 큰 웃음을 받았는데, 내용이 방송하기엔 수위가 높았다고 해요. 그래서 그 웃음만 따로 떼어, 반응이 약했던 다른 공연에 붙여 넣었습니다. 브라우시는 이 장면을 두고 "그렇게 래프 트랙이 태어났다"고 씁니다.

세 번째 촬영부터 웃음이 줄었다

텔레비전으로 넘어오면서 이 기술을 장치로 만든 사람이 CBS의 방송 엔지니어 찰스(찰리) 더글러스입니다. 당시 생방송이 아닌 쇼는 카메라 한 대로 같은 장면을 여러 번 찍었는데, 더글러스는 관객의 웃음이 들쑥날쑥하다는 걸 알아챘습니다. 특히 세 번째, 네 번째 촬영쯤 되면 같은 농담에 웃음이 약해졌다고 해요. 엉뚱한 때 터진 웃음 하나가 배우의 연기를 덮어 버리는 일도 있었고요.

그래서 그는 반응이 약한 곳에는 녹음된 웃음을 더하고, 너무 길게 이어지는 웃음은 줄이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걸 '스위트닝(sweetening)', 단맛을 더한다고 불렀습니다. TV 역사가 벤 글렌 2세는 2010년 파리 리뷰 인터뷰에서 「왈가닥 루시」의 한 회(1957년 3월 방송)에서는 웃음이 65초 가까이 이어져 오히려 줄여야 했다는 일화를 전합니다.

오르간처럼 연주한 '래프 박스'

더글러스가 만든 장치의 이름은 '래프 박스(Laff Box)'입니다. 커다란 오르간처럼 생긴 상자 안에 여러 종류의 웃음이 들어 있었죠. 글렌의 설명으로는 건반마다 웃음을 담은 테이프 고리가 하나씩 연결돼 있었고, 아래 페달로 소리를 키우거나 서서히 줄였다고 합니다. 글렌은 이걸 "악기를 연주하는 것 같았다"고 표현했어요.

웃음의 출처는 끝까지 비밀에 가까웠습니다. 상당수가 「레드 스켈턴 쇼」에서 녹음한 것이라고 알려져 있고, 더글러스는 장치를 쓰지 않을 때 자물쇠로 잠가 두었다고 하죠. 래프 트랙을 쓴다는 사실 자체에 은근한 낙인이 있던 시절이라 그랬다고 글렌은 말합니다.

1950년, 웃음 전체가 녹음이었던 쇼

녹음된 웃음이 '보조'가 아니라 시트콤의 유일한 웃음으로 쓰인 첫 사례로 두 글 모두 1950년의 「행크 매큔 쇼(The Hank McCune Show)」를 꼽습니다(방송사는 브라우시 글은 CBS용 제작, 글렌 인터뷰는 NBC로 서로 다르게 적고 있어요). 이 쇼는 13회 만에 끝났지만, 길은 열렸습니다.

래프 트랙이 퍼진 데에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습니다. 글렌은 래프 트랙 덕분에 야외나 현지 촬영이 가능해졌다고 짚어요. 관객석이 꼭 필요하지 않게 됐으니까요. 브라우시는 1960년대에 대부분의 코미디가 스튜디오 관객 앞 촬영을 그만뒀고, 「호건의 영웅들」 시험 상영에서는 래프 트랙이 있는 회차의 반응이 훨씬 좋았다고 전합니다. 반대로 래프 트랙을 뺐던 일부 쇼는 다음 시즌에 막을 내리기도 했고요.

웃음소리가 사라진 이유

래프 트랙은 1980년대까지 거의 모든 시트콤에 깔려 있었습니다. 흐름이 바뀐 건 1989년 「심슨 가족」이 래프 트랙 없이 시청자를 믿어 보기로 하면서부터라고 브라우시는 봅니다. 2000년대에는 「오피스」처럼 카메라 한 대로 찍는 코미디들이 웃음소리를 걷어 냈죠. 한편 「프렌즈」 같은 90년대 쇼는 관객 앞에서 찍으면서도 스위트닝을 이어 갔습니다.

웃음소리가 줄어든 지금 보면 래프 트랙은 조금 촌스럽게 들리기도 합니다. 그래도 브라우시는 그것이 여전히 '함께 보는 느낌'을 준다고 말해요. 거실에 혼자 앉아 있어도 어딘가에 같이 웃는 사람들이 있다는 감각. 결국 래프 트랙이 팔았던 건 농담이 아니라 그 북적임이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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