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찾기·솔리테어가 윈도우에 들어간 이유, 설명서 대신 놀이로 가르친 법

1990년대 초 사무실을 떠올려 보세요. 책상마다 두툼한 모니터가 놓이고, 그 옆에 처음 보는 물건이 하나 생겼습니다. 꼬리 달린 마우스였죠. 까만 화면에 명령어를 치던 사람들에게 화살표를 움직여 그림을 누르는 일은 낯설었습니다. 그런데 점심시간이 되면 초록색 화면 위에서 다들 카드를 옮기고 있었습니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지뢰찾기와 솔리테어가 윈도우에 기본으로 들어간 이유는 심심풀이가 아니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카드놀이 솔리테어를 '마우스 쓰는 법을 가르치는 방법'으로 넣었다고 스스로 밝혔습니다. 이 글은 게임 이야기가 아니라, 낯선 것을 가르치고 배울 때 설명보다 먼저 건네야 할 것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솔리테어가 시킨 일은 '끌어다 놓기' 하나였습니다
솔리테어는 1990년 윈도우 3.0에 처음 실린 카드놀이입니다. 당시 인턴이던 웨스 체리가 만들었고, 그는 나중에 "지루해서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게임 정보는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눈여겨볼 것은 이 게임이 손에 시키는 동작입니다.
- 카드를 누른 채로 끌고 갑니다.
- 맞는 자리에 놓습니다.
- 틀린 자리에 놓으면 카드가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한 판을 끝내려면 이 동작을 수십 번 되풀이해야 합니다. 파일을 폴더로 옮기고 창을 끌어 자리를 바꾸는 윈도우의 기본 동작과 똑같은 손놀림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캐주얼 게임을 맡았던 폴 젠슨은 2019년에 이렇게 돌아봤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많이 플레이된 게임 가운데 하나가 1990년에 마우스 사용법을 가르치는 방법으로 출발했다는 게 놀랍다고요. 1994년 워싱턴포스트는 이 게임이 새 운영체제에 겁먹은 사람들을 달래려는 뜻도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1992년에 들어간 지뢰찾기도 같은 맥락으로 설명됩니다. 칸을 여는 왼쪽 누르기, 깃발을 꽂는 오른쪽 누르기, 작은 칸을 정확히 겨누기. 2015년 여러 매체가 지뢰찾기는 이 세 가지를 손에 붙이려는 게임이었다고 소개했습니다. 다만 회사가 직접 말한 기록을 확인한 것은 솔리테어 쪽이고, 지뢰찾기는 매체 보도 기준이라는 점을 적어 둡니다.

설명서가 못 한 일을 카드놀이가 해낸 까닭
여기서부터는 제 해석입니다. 솔리테어가 설명서보다 잘 가르친 이유를 세 가지로 봅니다.
첫째, 목표가 동작 바깥에 있었습니다. 설명서는 "마우스 왼쪽 단추를 누른 채 움직이세요"라고 말합니다. 솔리테어는 "빨간 6을 검은 7 위에 올리세요"라고 말합니다. 사람은 카드를 맞추려고 할 뿐인데 손은 끌어다 놓기를 익힙니다. 배운 줄도 모르고 배우는 거죠.
둘째, 틀려도 잃는 게 없었습니다. 엉뚱한 곳에 놓은 카드는 조용히 돌아옵니다. 파일을 잘못 옮기면 일이 꼬이지만 카드는 그렇지 않습니다. 처음 배우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건 마음 놓고 틀릴 수 있는 자리입니다.
셋째, 또 하고 싶었습니다. 한 번의 교육으로는 손이 기억하지 못합니다. 점심시간마다 한 판씩, 며칠을 되풀이하는 동안 동작이 몸에 붙습니다. 가르치는 쪽이 준 것은 설명이 아니라 '반복할 이유'였습니다.
놀이로 배우면 정말 더 잘 배우나, 연구가 말하는 조건
느낌만으로 넘어가지 않으려고 연구를 찾아봤습니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연구진(바우터스 외, 2013)이 학습용 게임 연구를 모아 다시 분석한 논문이 있습니다. 초록 기준으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학습 연구 77건, 참가자 5,547명을 모아 보니 게임으로 배운 쪽이 보통 수업보다 학습 효과가 조금 더 높았고(효과 크기 0.29), 시간이 지난 뒤 기억에 남은 정도도 더 높았습니다(0.36).
그런데 이 논문에서 정말 쓸모 있는 대목은 그 뒤입니다.
- 게임만 할 때보다 다른 설명·수업과 함께할 때 효과가 컸습니다.
- 한 번에 몰아서 할 때보다 여러 번 나눠 할 때 효과가 컸습니다.
- 혼자보다 여럿이 할 때 효과가 컸습니다.
- 그리고 게임이 보통 수업보다 의욕을 더 끌어올린다는 결과는 통계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흔한 오해가 여기서 깨집니다. 놀이로 가르치면 '재미있어서' 잘 배운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연구가 가리키는 쪽은 다릅니다. 재미보다 되풀이, 그리고 놀이와 설명을 잇는 다리가 효과를 만듭니다. 솔리테어가 통한 것도 재미 때문이라기보다, 같은 동작을 여러 날 나눠 되풀이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저는 읽습니다.

놀이가 목적을 삼킬 때
이 이야기에는 뒷면이 있습니다. 마우스를 가르치려던 카드놀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무실의 골칫거리가 됐습니다. 영문 위키백과가 인용한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2006년 뉴욕시의 한 직원은 사무실 컴퓨터에 솔리테어 화면이 떠 있는 것을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이 본 뒤 해고됐습니다. 웨스 체리의 처음 버전에는 상사가 지나갈 때 가짜 엑셀 화면을 띄우는 '보스 키'가 있었는데, 회사가 빼게 했다는 일화도 전해집니다(더 버지, 2020).
숫자로 보면 더 분명합니다. 2019년 세계 비디오게임 명예의 전당에 오를 때 이 게임은 10억 대가 넘는 컴퓨터에 깔려 있었고, 2020년 서른 돌에 마이크로소프트가 밝힌 이용자는 한 달 3,500만 명, 하루 1억 판이었습니다. 마우스를 다 배운 뒤에도 사람들은 카드를 계속 옮긴 겁니다.
놀이로 가르칠 때 꼭 챙겨야 할 조건이 여기 있습니다. 놀이는 문을 열어 줄 뿐, 그 문으로 들어가 본래 하려던 일까지 데려다주지는 않습니다. 앞의 연구가 '다른 설명과 함께할 때 효과가 컸다'고 한 것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일과 배움, 가족에게 써 보는 법
부모님께 새 기계를 알려 드릴 때. "여기 누르고, 그다음 여기"라고 말로 설명하면 다음 날 같은 전화를 또 받습니다. 대신 그 동작이 꼭 필요한 놀잇감을 드려 보세요. 화면 넘기기를 익혀야 한다면 손주 사진 서른 장을, 화면 키우기를 익혀야 한다면 깨알 같은 옛 단체 사진 한 장을 건네는 식입니다. 사진을 보고 싶은 마음이 손을 움직입니다. 그러고 나서 "방금 그게 넘기기예요" 하고 한마디로 이어 주면 됩니다. 옆에서 대신 눌러 주는 친절이 왜 배움을 막는지는 스마트폰 방문 교육 부업 글에서 다룬 적이 있습니다.
내가 새 일을 배울 때. 새 업무 프로그램이나 무인 주문기 앞에서 설명서부터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려 하면 지칩니다. 틀려도 되는 작은 과제를 하나 정하세요. 엑셀이라면 회사 서류 대신 우리 집 한 달 반찬값 표를, 무인 주문기라면 한가한 시간에 커피 한 잔을. 한 번에 한 시간보다 하루 10분씩 며칠이 낫습니다.
후배나 신입을 가르칠 때. 안내서를 건네고 "읽어 보세요" 하는 대신, 망쳐도 되는 연습용 일감을 먼저 줍니다. 지난달 자료로 만든 가짜 주문서 다섯 장 같은 것이죠. 틀린 카드가 제자리로 돌아오듯, 틀려도 아무 일 없는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가르치는 사람의 몫입니다.
안 통하는 경우도 적어 둡니다. 순서 하나만 틀려도 사고가 나는 일, 예를 들어 약을 다루거나 기계 안전과 관련된 일은 놀이로 익힐 것이 아니라 절차를 그대로 외우고 확인받아야 합니다. 놀이가 맞는 것은 틀려도 되돌릴 수 있는 동작을 손에 붙일 때입니다.
가르칠 것을 말하지 말고, 그것을 해야 이기는 놀이를 건넨다
삼십여 년 전 사람들은 마우스를 배우려고 솔리테어를 한 게 아닙니다. 카드를 맞추고 싶었을 뿐입니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야 할 때, 그리고 내가 낯선 것을 배워야 할 때 설명서를 펴기 전에 이렇게 물어보면 됩니다. 이 동작을 서른 번 되풀이하게 만들 작은 놀이가 무엇일까. 그 답을 찾으면 설명은 한마디로 줄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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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iptpond.co.kr
출처
- CBS 보스턴, 솔리테어 세계 비디오게임 명예의 전당 헌액(2019년 5월): 폴 젠슨 발언, 웨스 체리 발언, 10억 대·65개 언어
- 영문 위키백과 'Microsoft Solitaire': 1990년 윈도우 3.0 수록, 워싱턴포스트(1994)·뉴욕타임스(2006)·더 버지(2020) 인용 내용
- 사이언스얼럿(2015년 8월): 지뢰찾기와 솔리테어의 목적에 관한 보도
- Wouters, P., van Nimwegen, C., van Oostendorp, H., & van der Spek, E. D. (2013). A meta-analysis of the cognitive and motivational effects of serious games. Journal of Educational Psychology. doi:10.1037/a0031311 (초록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