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예약판매 언제부터, 한겨울에 에어컨을 줄 서서 사던 반전: 3,384명이 숨진 1994년 폭염 뒤 그해 겨울 22만 대 (응답하라 1994 7화)

1994년 7월의 서울, 신촌 하숙집 선풍기는 멈출 줄을 모릅니다. 응답하라 1994 7화 '그 해 여름'은 아스팔트 위로 열기가 일렁이는 거리에서 시작해요. 나정이는 햄버거 가게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지방 출신 하숙생들은 방학을 맞아 버스를 타고 고향으로 내려갑니다. 화면 속 사람들이 부채와 선풍기로 버티는 그 여름은 실제로 기록적인 폭염이었어요. 그리고 그 더위가 지나간 그해 겨울, 사람들은 한겨울에 에어컨을 미리 사기 시작합니다. 에어컨 예약판매 이야기를 그 여름에서부터 따라가 볼게요.

1994년 폭염, 선풍기로 버티던 여름
1994년 여름 더위는 기상 재해 가운데 가장 많은 목숨을 앗아 간 더위로 남았습니다. 아시아경제(2018년 7월 20일)는 기상청 자료를 인용해 1994년 대폭염 때 전국 사망자가 3,384명에 이르렀다고 전했어요. 태풍이나 홍수보다 더위가 더 많은 사람을 데려갔다는 기록입니다.
드라마 장면처럼 그때 집 안의 주인공은 선풍기였어요. 디지털데일리(2022년 3월 4일)가 전력거래소 자료를 인용해 정리한 바로는, 1995년 우리나라 가구당 에어컨 보급 대수가 0.13대였습니다. 열 집 가운데 에어컨이 있는 집은 한두 집 정도였던 셈이에요(제 계산).
그래서 '덥다'는 말의 무게가 지금과 달랐습니다. 대부분의 집에 에어컨이 없었으니, 찬바람이 나오는 곳을 찾아 나서거나 선풍기 앞에서 밤을 새우는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제 짐작). 드라마 속 하숙생들이 방학 버스에 서둘러 오르던 마음도 조금은 이해가 가요.

에어컨 예약판매 언제부터, 1994년 겨울의 기록
에어컨 예약판매가 크게 기록된 때는 폭염이 지나간 1994년 겨울입니다. 전자신문(1995년 3월 7일)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994년 12월 보름 동안 예약판매로 6만 2천 대를 받았고, LG전자도 그해 말 1차 예약에서 4만 대가량을 받았어요. 대우전자와 중견업체까지 합친 예약 물량은 1995년 3월 초 기준 22만 대 안팎이었습니다.
같은 기사에서 업계는 그해 수요를 40만 대가량으로 내다보고 생산을 전년보다 30% 가까이 늘리겠다고 했어요. 한여름이 되기 전에 이미 절반이 넘게 예약으로 팔려 나간 셈입니다. 다만 이 기사가 예약판매가 몰린 이유를 직접 '폭염 때문'이라고 쓰지는 않았어요. 더운 여름과 겨울 예약 사이의 연결은 시간 순서로 본 제 해석입니다.

그 시절엔 어땠나, 6월이면 매장에 에어컨이 없었다
에어컨을 겨울에 사야 했던 이유는 여름에는 사고 싶어도 물건이 없어서였어요. 한국일보(1995년 11월 27일)는 해마다 수요가 늘어 5월 말이면 대리점 재고가 바닥나고, 6월부터는 진열조차 못 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전했습니다. 그래서 다음 해 에어컨은 12월 초에 예약하라는 기사가 나올 정도였어요.
그해 겨울에도 세 회사는 12월 초 보름 동안 예약을 받았습니다. 같은 기사에 따르면 삼성은 15만 대, LG는 20여만 대, 대우는 8만 대를 목표로 잡았고, 삼성은 모든 모델 10% 할인과 12개월 무이자 할부, LG는 모델에 따라 11~14% 할인을 내걸었어요. 이듬해 특별소비세가 25%에서 20%로 내려갈 예정이라 품귀가 더 심할 거라는 전망도 함께 실렸습니다.

국산 에어컨은 어디서 시작됐나
국산 에어컨의 출발로는 1968년 금성사의 창문형 룸에어컨(GA-111)이 꼽힙니다. 디지털데일리 정리에 따르면 미국 GE에서 핵심 부품을 들여와 조립한 제품으로, 온도를 자동으로 맞추고 바람 방향을 돌리는 기능이 있었어요. 에어컨의 원리를 처음 기계로 구현한 사람은 1902년 미국 기술자 윌리스 캐리어로 소개됩니다.
창문에 끼우는 기계가 거실의 스탠드형으로 바뀌기까지 30년 가까이 걸렸고, 그사이 에어컨은 부잣집 물건에서 '여름 전에 미리 사 두는' 생활 가전으로 자리를 옮겼어요. 1994년 겨울의 예약 행렬은 그 자리 옮김이 눈에 띄게 드러난 장면이라고 봐요(제 해석).

어떻게 바뀌어 지금에 남았나
에어컨 예약판매가 남긴 것은 계절보다 앞서 사는 습관입니다. 겨울과 봄에 미리 주문을 받으면 회사는 공장을 미리 돌릴 수 있고, 사는 사람은 한여름 품귀를 피하면서 할인을 받아요. 1995년 기사에 나온 할인과 무이자 할부가 바로 그 거래의 값이었습니다.
지금은 가구마다 에어컨이 한 대 이상인 집도 흔해져서, 1995년의 0.13대라는 숫자가 낯설게 느껴질 거예요. 그래도 여름이 오기 전에 에어컨 청소를 예약하고 미리 점검을 받는 계절의 순서는 그때 굳은 감각과 닮아 있다고 생각합니다(제 해석). 더위가 오기 전에 준비해야 덜 고생한다는 걸, 1994년 여름이 사람들에게 단단히 가르친 셈이에요.

한 줄, 가장 더운 여름이 겨울 장사를 바꿨다
응답하라 1994 7화의 선풍기 장면은 한 여름의 더위를 넘어 에어컨을 겨울에 사는 시대의 문턱을 보여 줍니다. 3,384명이 숨진 여름이 지나고, 그해 겨울 사람들은 22만 대 넘는 에어컨을 미리 예약했어요. 가장 더운 여름은 그렇게 다음 여름을 준비하는 방식까지 바꿔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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