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자 1호는 톨스토이가 아니었다, 1901년 첫 시상의 논란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누구인지는 해마다 10월 둘째 주 목요일 저녁에 알려집니다. 올해 노벨문학상 발표는 오늘, 10월 8일입니다. 스웨덴 한림원이 현지 시간 오후 1시 이후에 발표하겠다고 밝혔으니 한국 시간으로는 저녁 8시 이후입니다. 이 글을 쓰는 아침에는 아직 수상자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2년 전 이맘때를 기억하시는 분이 많을 겁니다. 한강 작가의 이름이 불렸고, 다음 날 서점마다 책이 동났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온 세계가 같은 날 같은 시각을 기다리지만, 이 상은 시작부터 박수를 받지 못했습니다. 첫 수상자가 발표되자 스웨덴 작가들이 먼저 항의했습니다. 받아야 할 사람은 따로 있다는 것이었죠. 그 사람이 톨스토이입니다.

노벨문학상은 유언장 한 장에서 시작됐습니다
1895년 11월 27일, 알프레드 노벨은 파리의 스웨덴-노르웨이 클럽에서 유언장에 서명했습니다. 세 번째로 고쳐 쓴 마지막 유언장입니다. 다이너마이트로 큰돈을 번 그는 남은 재산을 기금으로 만들고, 거기서 나오는 이자를 해마다 다섯으로 똑같이 나눠 상으로 주라고 적었습니다.
다섯 가운데 넷은 물리학, 화학, 생리학·의학, 평화입니다. 나머지 하나가 문학입니다. 유언장은 문학상을 '이상적인 방향으로 가장 뛰어난 작품을 쓴 사람'에게 주라고 했고, 뽑는 일은 '스톡홀름의 아카데미'에 맡겼습니다. 지금의 스웨덴 한림원입니다. 국적은 따지지 말고 가장 자격 있는 사람에게 주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노벨은 이듬해인 1896년 이탈리아 산레모의 별장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첫 상이 나온 것은 1901년입니다. 노벨상 공식 누리집은 그 사이의 사정을 이렇게 전합니다. 유언이 알려지자 나라 안팎에서 논란이 일었고, 가족은 반대했으며, 상을 주라고 지목된 기관들조차 처음에는 그 일을 맡지 않으려 했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가장 권위 있는 상이지만 처음에는 떠맡기 싫은 숙제였던 셈입니다.
노벨상 상금은 어디서 나오나요
상금은 세금이나 기부금이 아니라 노벨이 남긴 재산을 굴려서 나옵니다. 공식 누리집에 따르면 그가 남긴 돈은 3,100만 스웨덴 크로나가 넘었고, 오늘의 가치로 치면 약 17억 9,400만 크로나입니다. 재단은 이 돈을 투자해 얻은 수익으로 상금을 줍니다. 2023년 상금은 상 하나에 1,100만 크로나였고, 올해는 1,200만 크로나라고 서울신문이 전했습니다. 원금은 건드리지 않고 열매만 나눠 주는 방식이라 120년 넘게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첫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왜 톨스토이가 아니었나
1901년 첫 수상자는 프랑스 시인 쉴리 프뤼돔입니다. 한림원이 밝힌 선정 이유는 그의 시 작품을 특별히 인정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문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면 낯선 이름입니다.
당시 살아 있던 가장 이름난 작가는 '전쟁과 평화'와 '안나 카레니나'를 쓴 러시아의 톨스토이였습니다. 그런데 그는 1901년에 후보로 추천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발표가 나자 스웨덴의 작가와 예술가들이 들고일어났습니다. 발트 지역 학술지에 실린 글에 따르면 작가 오스카르 레베르틴이 동료들을 모아 1901년 12월 스웨덴 일간지에 호소문을 냈습니다. 선정이 잘못됐고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람은 톨스토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백과사전은 이 일에 스트린드베리와 셀마 라겔뢰프 같은 이름이 함께했고 뜻을 모은 사람이 42명이었다고 적고 있습니다.
톨스토이는 그 뒤 1902년부터 1906년까지 해마다 후보에 올랐지만 끝내 받지 못했습니다. 1902년 심사에서 위원장 칼 다비드 아프 비르센은 그를 무정부주의자라는 이유로 밀어냈습니다. 여기까지는 두 자료가 같은 말을 합니다. 왜 하필 프뤼돔이었느냐를 두고는 풀이가 갈립니다. 스웨덴 한림원이 본보기로 삼았던 프랑스 한림원에 예의를 차린 것이라는 해석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심사한 사람들의 속마음까지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이상적인 방향'이라는 기준이 남긴 논란
문제의 뿌리는 유언장의 낱말 하나였습니다. '이상적인 방향'이 무엇인지 노벨은 풀어 쓰지 않았습니다. 초기 심사위원들은 이 말을 '고상하고 건전한 이상주의'로 읽었습니다. 1901년부터 1912년까지 그 해석이 이어졌고, 그 잣대에 맞지 않는 작가는 이름이 아무리 커도 밀려났습니다. 톨스토이만이 아닙니다. 노르웨이의 입센, 프랑스의 졸라도 이 시기에 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기준이 모호했기에 해석은 시대마다 달라졌고, 그 덕에 상은 굳지 않고 살아남았습니다. 동시에 그 때문에 발표 때마다 '왜 그 사람이냐'는 말이 따라붙습니다. 첫해의 항의 편지는 사고가 아니라 이 상의 체질이었던 겁니다.

노벨문학상 후보는 50년 동안 비밀입니다
지금의 절차는 이렇습니다. 공식 누리집의 안내를 순서대로 옮깁니다.
- 추천 마감은 1월 31일입니다. 한림원 회원, 대학의 문학·언어학 교수, 역대 수상자, 각 나라 작가 단체 대표가 추천할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은 추천할 수 없습니다.
- 4월에 15~20명으로 추리고, 5월에 다섯 명으로 줄입니다.
- 여름 동안 한림원 회원 18명이 다섯 후보의 작품을 읽습니다.
- 10월 초 투표에서 표의 절반을 넘게 얻은 사람이 수상자가 됩니다.
- 시상식은 12월 10일 스톡홀름에서 열립니다.
누가 후보였고 누가 추천했는지는 50년 동안 밝히지 않습니다. 톨스토이가 어떤 이유로 떨어졌는지 우리가 아는 것도 그 50년이 지났기 때문입니다. 오늘 저녁 발표될 수상자와 겨룬 이름들은 2076년에야 공개됩니다.
역대 노벨문학상이 남긴 것과 치른 값
공식 누리집의 집계(1901~2020년)로 문학상은 113번 주어졌고 수상자는 117명입니다. 전쟁이 있던 해를 중심으로 일곱 번은 건너뛰었습니다. 여성 수상자는 16명이었고 첫 번째가 1909년의 라겔뢰프입니다. 첫해에 항의 편지에 이름을 올렸다고 전해지는 바로 그 작가입니다. 그 뒤로 2022년 아니 에르노, 2024년 한강이 더해졌습니다. 상을 받지 않겠다고 한 사람도 있습니다. 1958년 파스테르나크는 소련 당국의 압력으로, 1964년 사르트르는 모든 공식 영예를 받지 않는다는 뜻으로 거절했습니다.
얻은 것은 분명합니다. 한 해에 하루, 온 세계가 한 작가의 이름을 검색하고 번역서를 찾습니다. 2024년 가을 우리가 겪은 일이 그것입니다. 치른 값도 있습니다. 기준이 낱말 하나에 기대고 있어서 누가 받아도 시비가 붙고, 심사가 옳았는지는 50년 뒤에야 따져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저녁 발표를 보는 한 줄
노벨문학상 수상자 명단에서 가장 유명한 이름은 어쩌면 거기에 없는 톨스토이입니다. 이 상은 '가장 뛰어난 작가'를 가리는 저울이 아니라, 그해 한림원이 '이상적인 방향'을 어떻게 읽었는지를 보여 주는 기록에 가깝습니다. 오늘 저녁 낯선 이름이 불리더라도 놀랄 일이 아닙니다. 125년 전 첫해에도 그랬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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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노벨상 공식 누리집,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 서명 날짜와 장소, 다섯 상의 문구와 시상 기관, 가족의 반대와 기관의 거부, 첫 시상 연도
- 노벨상 공식 누리집, 2026년 발표 일정: 문학상 10월 8일 13시(중부유럽 여름 시간) 이후
- 노벨상 공식 누리집, 1901년 문학상: 첫 수상자와 선정 이유
- 노벨상 공식 누리집, 문학상 통계: 시상 횟수, 수상자 수, 건너뛴 해, 여성 수상자, 거절 사례, 50년 비밀 규정
- 노벨상 공식 누리집, 문학상 추천과 선정 절차: 추천 자격, 일정, 한림원 18명, 과반 투표
- 노벨상 공식 누리집, 상금: 남긴 재산과 오늘의 가치, 2023년 상금
- 서울신문(10월 8일), 2026년 노벨화학상 보도: 올해 상금 1,200만 크로나
- 노벨상 공식 누리집, 2024년 문학상: 한강 수상
- Baltic Worlds 2021년 1·2호 수록 글: 1901년 12월의 호소문, 1902년 톨스토이 탈락 이유
- 위키백과 영어판, Nobel Prize in Literature controversies: 1901년 후보 여부, 항의한 작가 이름과 인원, 1902~1906년 후보, 초기 심사 기준의 해석, 프뤼돔 선정을 둘러싼 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