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주식 시장을 보면서 이런 생각 해보신 적 없으신가요?
"아, 저거 살걸! 내가 봐뒀던 건데..."
"옆 팀 김 대리는 이번에 20% 수익 났다는데, 나는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투자를 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감정이죠. 주가는 오르는데 나만 소외된 것 같고, 뒤늦게 뛰어들었다가 내가 사자마자 귀신같이 빨간불이 들어오는 그 경험. 전문 용어로는 'FOMO(Fear Of Missing Out)', 즉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부릅니다.
나는 투자자일까, 도박꾼일까?
먼저 체크리스트 한번 보시죠. 몇 개나 해당되는지 솔직하게 세어보세요.
- 내 주식이 올랐는데도 더 많이 오른 다른 주식을 보면 짜증이 난다
- 매수 버튼을 누른 뒤에 "내가 이걸 왜 샀지?"라고 후회한 적이 있다
- 투자 기준이나 전략이 아침저녁으로 계속 바뀐다
- 투자를 결정하고 나서 마음이 편하기보다 오히려 더 불안하다
- 주식 시장이 오르면 '나는 뭐 하고 있지?'라는 자괴감이 든다
- 지인이 돈 벌었다는 소리에 축하보다 배가 아프고 자꾸 생각난다
- 스팸 문자인 줄 알면서도 '대박 종목' 추천을 클릭해 보고 싶다
만약 3개 이상 해당된다면, 지금 하고 계신 건 '투자'가 아니라 감정에 휘둘리는 '도박'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특히 투자 기준이 계속 바뀐다는 건 정말 위험한 신호입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렇게 FOMO에 시달리며 불안한 투자를 하게 되는 걸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우리가 시장을 바라볼 때 '팩트'가 아닌 '느낌'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1. 사상 최고가? 그래서 정확히 얼마인데?
우리가 FOMO에 빠지는 가장 큰 이유는 뉴스나 기사에서 사용하는 자극적인 단어들 때문입니다.
"삼성전자 매출, 전년 대비 엄청나게 증가"
"반도체 시장, 폭발적 성장세 기록"
"역대급 실적, 사상 최고치 경신"
이런 기사를 보면 심장이 쿵쿵 뛰지 않나요? "와, 대박이다! 지금이라도 빨리 사야 해!" 하면서요.
그런데 냉정하게 말씀드리면, 이건 다 소음입니다.
투자의 세계에서 형용사는 가장 위험한 적입니다. '엄청나게', '폭발적으로', '대박' 같은 단어는 글쓴이의 주관적인 감정일 뿐, 객관적인 지표가 아니거든요.
예를 들어볼까요? "매출이 엄청나게 증가했다"는 말만 듣고 투자를 결정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매출이 100억에서 101억으로 늘었다면요? 증가는 증가지만, 기업 규모를 고려하면 '엄청난' 건 아니죠.
반대로 "실적이 부진하다"는 뉴스에 겁을 먹고 팔았는데, 알고 보니 작년 대비 1% 감소에 그쳤고 경쟁사들은 20%씩 떨어졌다면? 그건 오히려 잘 버틴 겁니다.
결국 중요한 건 형용사가 아니라 숫자 그 자체입니다. 삼성전자 매출이 '사상 최고'라는 말이 아니라, 정확히 '매출 몇 조 원, 영업이익 몇 조 원'이라는 구체적인 수치를 확인해야 합니다.
형용사를 걷어내고 숫자만 남겼을 때, 비로소 차트 뒤에 숨겨진 진짜 가치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2. 숫자에도 맥락이 필요하다: 삼성전자 vs 마이크론
형용사를 버리고 숫자를 봤다고 끝이 아닙니다. 숫자 그 자체만으로는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판단하기 어렵거든요. 여기서 필요한 것이 바로 비교를 통한 맥락 파악입니다.
많은 분들이 삼성전자 실적 발표를 보고 "와, 영업이익 10조 원! 돈 진짜 잘 버네!"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다음 날 주가는 곤두박질칠 때가 있죠. "아니, 돈을 이렇게 잘 벌었는데 왜 떨어져?" 하면서 멘붕에 빠지기도 합니다.
시장의 기대치를 확인하라
시장은 이미 삼성전자가 12조 원을 벌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10조 원이 나왔다면 어떨까요? 절대적인 숫자는 크지만,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한 '어닝 쇼크'가 됩니다. 주가는 실망 매물로 하락할 수밖에 없죠.
반대로 적자가 났더라도, 시장이 1조 원 적자를 예상했는데 5천억 원 적자로 막았다면 주가는 오를 수 있습니다.
경쟁사와 비교하라
삼성전자의 실적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같은 반도체 섹터의 경쟁자인 마이크론이나 SK하이닉스와 비교해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이익이 10% 늘었다고 칩시다. 그런데 같은 기간 마이크론의 이익은 50% 늘었다면요? 이건 삼성전자가 잘한 게 아니라, 시장이 좋아서 덩달아 오른 것일 수도 있고, 오히려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남들은 뛰어가는데 나만 걷고 있다면, 그건 후퇴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말이 주식 시장에서는 정확히 들어맞습니다.
단순히 내 종목의 숫자만 볼 게 아니라, 과거의 나(시계열), 남들의 시선(시장 기대치), 경쟁자(상대적 비교)를 통해 숫자에 입체적인 의미를 부여해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내가 가진 주식의 진짜 위치를 알 수 있게 되죠.
3. 이 숫자, 다음 분기에도 나올 수 있나?: 지속 가능성 판단하기
마지막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숫자의 지속 가능성입니다.
어떤 기업이 갑자기 이번 분기에 이익이 폭등했다고 해봅시다. 이때 흥분해서 따라 사기 전에 한 번만 더 생각해보는 겁니다.
"이 숫자가 일회성 이벤트(부동산 매각, 특허권 판매 등) 때문인가, 아니면 본업 경쟁력이 강해져서 구조적으로 좋아진 것인가?"
만약 일회성 요인이라면 그 숫자는 다음 분기에 사라질 신기루입니다. 하지만 본질적인 체질 개선으로 숫자가 좋아진 것이라면, 그때는 과감하게 투자 비중을 늘려도 되는 시점이죠.
FOMO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
다시 처음의 체크리스트로 돌아가 볼까요? "투자 기준이나 전략이 계속 바뀌고 있는가?"
이 질문에 "네"라고 대답하신 분들은, 아마도 뉴스 헤드라인의 형용사에 마음이 흔들리고, 남들이 얼마 벌었다는 소리에 기준 없이 뇌동매매를 하고 계셨을 겁니다.
FOMO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마음을 다스리는 명상이 아닙니다. 바로 확실한 근거를 갖는 겁니다.
첫째, 뉴스의 형용사를 지우고 숫자를 확인하세요.
둘째, 그 숫자를 시장 기대치 및 경쟁사와 비교하세요.
셋째, 그 실적이 지속 가능한지 판단하세요.
이 과정이 습관이 되면, 주가가 폭등하거나 폭락해도 불안하지 않습니다. "어?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했네? 데이터상으로는 문제없으니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다"라고 판단하거나, "숫자가 꺾였으니 미련 없이 매도하자"라고 쿨하게 결정할 수 있게 되거든요.
투자는 남과의 경쟁이 아닙니다. 어제의 나보다 더 나은 판단을 내리고 있는가가 중요합니다.
지금 여러분의 포트폴리오를 열어보세요. 그리고 막연한 기대감이나 두려움 대신, 차가운 숫자로 다시 한번 점검해 보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성공적인 투자를,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편안한 멘탈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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