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으로 세상을 바꾼 숫자가 있을까요?
16세기 수학자들은 방정식을 풀다 √–1, 즉 ‘존재할 수 없는 수’를 만나고 충격을 받습니다.
그들은 이 정체불명의 수를 **“허수(imaginary number)”**라고 불렀습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이 허수는 21세기 문명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우주의 구조를 설명하는 양자역학, 스마트폰에서 음악을 재생하는 신호처리,
인공위성의 궤도를 계산하는 GPS 물리학까지—허수가 없는 세상은 이제 상상할 수 없습니다.
🌌 숨겨진 차원을 여는 열쇠
우리가 흔히 다루는 실수는 직선 위의 수입니다.
그런데 허수가 등장하면, 이 수직선은 또 다른 축을 얻죠.
마치 우리가 2D 게임에서 벽을 뚫고 Z축으로 진입하듯,
실수와 허수가 만나면 평면(복소평면)이 됩니다.
복소수 3 + 4i는 단순한 계산이 아닌, 실제 기술의 좌표입니다.
전자기파의 편광을 분석하거나, 전기의 위상 차이를 측정할 때,
이 '숨겨진 축'은 보이지 않지만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 현실 속 허수의 활약
에어컨이 켜지고, 음악이 흐르며, 드론이 비행하는 그 순간,
허수는 배후에서 계산과 조율을 맡고 있습니다.
- 인버터는 교류의 위상 차이를 복소수로 계산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조절합니다.
- 푸리에 변환은 음파를 주파수로 바꿔 고음질 스트리밍을 가능하게 하며,
- 허수는 ‘음의 위상’을 유지하는 필터처럼 작동하죠.
허수는 “공간”이 아니라 “시간의 방향”을 말해주는 수학적 나침반일지도 모릅니다.
🧬 양자 세계의 언어, 허수
전자는 입자이자 파동이며, 그 상태는 Ψ(파동함수)로 표현됩니다.
이 Ψ는 복소수입니다.
2022년 중국 과학자들은 실험을 통해, 허수가 사라지면 양자 간섭 무늬도 사라진다는 걸 보였습니다.
복소수가 없으면 양자 컴퓨터의 큐비트도 무의미합니다.
물리학은 상상의 수 없이 현실을 계산할 수 없는 단계에 도달했습니다.
🎮 수학으로 움직이는 4차원
게임을 할 때, 캐릭터의 회전은 쿼터니언(quaternion)이라는 4차원 수로 처리됩니다.
이때 사용되는 i, j, k는 허수보다 더 확장된 수들이죠.
드론이 공중에서 부드럽게 방향을 바꾸는 것도,
GPS 위성이 상대성이론을 적용해 1km 오차를 보정하는 것도,
그 중심엔 ‘허수 개념’이 있습니다.
🌌 허수, 평행우주와 다중 가능성
양자역학의 '다세계 해석'은 모든 가능성이 실현되는 무한 우주를 말합니다.
그 우주를 연결하는 수학적 매듭이 바로 허수입니다.
라디오가 수많은 주파수를 스캔하듯, 복소평면은 다중 현실을 동시에 담아내는 좌표계가 됩니다.
상상이 현실을 만든다
“허수는 존재하지 않는다”던 시절에서,
“허수가 없으면 현실이 무너지게 된다”는 시대까지 왔습니다.
허수는 이제 순수 수학의 산물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계산하고 예측하는 도구입니다.
우주는 실수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복소수로 구성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 ‘상상의 수’는 우리에게 진짜 세계의 모습을 조금씩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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