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은 언제 살 수 있을까?”
3040 세대라면 한 번쯤은 이 질문 앞에서 깊은 한숨을 쉬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누군가는 결혼하면서, 누군가는 아이를 낳고 나서, 또는 어느 날 월세 통보 문자를 받으며 이 질문을 진지하게 떠올립니다.
통계청과 부동산 관련 설문을 보면, **30~40대의 최대 고민이 ‘부동산 문제’**라는 응답이 나옵니다. 이들은 전월세 계약 만료 때마다 이사 걱정에 시달리고, ‘영끌’, ‘갭투자’라는 단어가 뉴스에 쏟아질수록 상대적 박탈감과 불안을 느낍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렇게까지 ‘내 집’을 가져야만 안심이 될까요?
1. ‘내 땅에 내 집’이 곧 생존이었던 시대의 기억
조금 거슬러 올라가 볼까요? 조선시대에도, 일제 강점기에도, 집과 땅은 곧 생존의 기반이었습니다. 특히 일제 시절엔 땅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조상들이 안간힘을 썼고, 해방 후에도 집 없는 사람은 불안한 세입자 신세를 면치 못했죠.
1960~80년대 급속한 도시화와 함께 무허가 판잣집에 살던 수많은 시민들은 개발과 철거로 쫓겨나며 **“집 한 채 있으면 못 쫓아낸다”**는 인식을 갖게 됩니다. 그 기억은 지금의 부모 세대가 자식에게 “전세 살지 말고 꼭 집 사라”는 조언을 하게 만든 심리적 기반이 되었죠.
2. 주거가 곧 ‘계급’이 된 사회
요즘 한국 사회에서 주거지는 단순히 ‘사는 곳’을 넘어 ‘나의 경제적, 사회적 위치’를 나타내는 지표가 되어버렸습니다. 강남, 마포, 분당, 송도… 어느 지역에 사느냐는 커리어보다도 더 강한 인상을 줍니다. 그래서 젊은 세대들은 **“내 집이 없다 = 인생이 불안정하다”**는 감정을 쉽게 느끼게 됩니다.
특히 SNS를 통해 타인의 인테리어, 부동산 투자 후기, 자가 거주 인증을 쉽게 접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은 더 커지고요. 비싼 전세를 내고도 심리적 ‘소유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불안감이 집착을 부릅니다.
3. 불안한 계약, 불안한 경제
전세 계약은 2년, 혹은 길어야 4년입니다. 그 이후에는 ‘언제 쫓겨날지’ 모릅니다. 더구나 전세 사기나 깡통전세 뉴스는 이런 불안을 더욱 부추깁니다. 또 월세의 경우는 **계속해서 돈을 내야 하는 ‘지속적 손실감’**을 줍니다. 내 자산이 쌓이지 않는다는 현실이, 더 깊은 초조함으로 이어지죠.
게다가 요즘처럼 금리는 오르고, 물가는 높고, 집값은 요동치고 있는 시대엔 안정감을 줄 수 있는 것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런 불안정한 외부 환경은 사람들이 내 집이라는 ‘고정된 자산’에 더욱 집착하게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
4. 정치와 정책이 만든 구조적 불안
내 집 마련이 이토록 힘든 구조가 된 데엔 정치의 책임도 큽니다. 지난 수십 년간 정부는 주택을 복지의 대상이 아닌, 자산 증식 수단으로 만들었습니다. 집값이 오를수록 기뻐하는 사람들과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 사이의 격차는 커지고, ‘부동산은 결국 이기는 게임’이라는 집단 심리가 굳어졌습니다.
공공임대나 전세 같은 제도가 있어도, 사회적으로 ‘자가 보유’가 안정과 성공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분위기 속에선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게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5. 그래서 우리는 왜 불안한가?
결국 ‘내 집 마련 강박’은 단순히 경제 문제가 아니라 심리와 문화의 문제입니다. 안정감을 주는 ‘기반’을 갖고 싶다는 본능적인 욕구, 사회적으로 뒤처지지 않으려는 불안,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구조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려는 심리…
이 모든 것이 합쳐져, 집은 단순한 공간을 넘어 정체성과 안전의 상징이 되어버린 것이죠.
[마무리하며]
"집이 있어야 진짜 내 삶이 시작되는 것 같아요."
많은 이들이 그렇게 말합니다.
그러나 정말 집이 있어야만 삶은 안정될 수 있을까요?
정책적으로,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주거 = 소유'라는 등식을 다시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살 수 있는 집'이 아니라 '살기 좋은 집'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대.
우리의 불안을 만든 구조가 무엇인지, 그 불안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질문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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