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탐구/알면 좋은 브리핑

"창문에 까만 벌레 떼가!" 서울을 점령한 러브버그, 모기를 잡아먹는다는 게 사실일까? 2주만 참으면 정말 괜찮을까요?

by scriptpond 2025. 6. 30.
반응형

어둑어둑해진 저녁, 방충망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까만 벌레들을 보고 깜짝 놀란 경험, 다들 있으시죠? 바로 '러브버그'라고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인데요. 짝짓기 상태로 붙어 다니는 모습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해요. 올해도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왔네요.

징그러운 생김새와 엄청난 개체 수 때문에 불쾌감을 주지만, 사실은 생태계에 도움이 되는 익충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그런데 시민들의 불편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만 있습니다. 오늘은 이 러브버그의 정체와 왜 이렇게 서울에 많이 나타나는지, 그리고 서울시의 대응은 이대로 괜찮은 건지 속 시원하게 한번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창문에 까만 벌레 떼

단 한 달 만에 민원 70배 폭증, 2025년 6월 3,254건의 비명

올해 러브버그의 기세는 정말 심상치 않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6월 한 달 동안 접수된 러브버그 관련 민원은 무려 3,254건에 달했다고 해요. 바로 전달인 5월에 45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약 70배나 폭증한 수치죠. 같은 기간 동양하루살이 민원이 189건이었으니, 얼마나 많은 분이 불편을 겪고 있는지 짐작이 가시죠?

연도별로 봐도 민원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2022년 4,418건에서 2024년에는 9,296건으로 2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어요. 2025년은 6월 한 달 치만으로도 작년의 3분의 1을 훌쩍 넘겼으니, 역대급 민원 건수를 기록할지도 모르는 상황인 셈이죠. '방역 요청', '혐오감' 같은 단어들이 민원의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시민들의 고통은 이제 한계에 다다른 것 같습니다.

구청별 예산 1천만 원, 그러나 방역 매뉴얼은 0건?

상황이 이런데도 서울시의 대응은 어딘가 미흡해 보입니다. 서울시는 러브버그를 '익충'으로 분류하고 있어서, 화학적 방제 대신 물을 뿌리는 등의 친환경 방제만 권고하고 있더라고요. 법적으로 방역 대상 해충이 아니라는 이유로, 민원이 특정 건수 이상 쌓여야만 각 구청이 개별적으로 대응에 나서는 실정입니다.

물론 서울시가 구당 1천만 원의 예산을 지원하며 '돌발 해충' 관리 지침을 내리긴 했지만, 강제성이 없다 보니 구별로 대응 방식이나 시기가 제각각이라 편차가 클 수밖에 없죠. 한 시의원은 "뚜렷한 계획이나 지침이 없어 자치구별 편차가 발생할 수 있으며, 분명히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선제적인 예방보다는 민원이 터진 곳만 사후에 처리하는 '땜질식 처방'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평년보다 1.3도 높은 봄, 러브버그의 북방한계선이 서울?

대체 왜 러브버그는 서울을 이렇게 좋아하게 된 걸까요? 가장 큰 원인으로는 기후 변화가 꼽힙니다. 본래 아열대 기후에 살던 녀석들인데, 한반도가 따뜻해지면서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된 거죠. 특히 2025년 봄은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1.3도나 높아 역대 두 번째로 따뜻했다고 해요. 땅속에서 겨울을 나는 유충들이 자라기에 최적의 조건이 일찍 만들어진 셈입니다.

게다가 러브버그는 유기물이 풍부한 산의 흙을 좋아하는데요. 서울 은평구와 서대문구 등이 북한산과 인접해 있어 초기 주요 발생지가 되었습니다. 산에서 성장한 성충들은 열을 좋아하고 자동차 배기가스 성분에 끌리는 특성 때문에 도심으로 날아들죠. 도시의 열섬 현상과 수많은 자동차가 러브버그에게는 따뜻하고 맛있는 뷔페처럼 느껴지는 셈입니다.

징그러운데 익충? 러브버그의 두 얼굴과 모기 포식 오해

사실 러브버그는 알고 보면 고마운 존재이기도 합니다. 유충일 때는 땅속에서 낙엽이나 동물의 사체를 분해해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자연의 청소부' 역할을 하거든요. 성충이 되어서는 꽃가루를 옮겨 식물의 수분을 돕고요. 사람을 물거나 병을 옮기지도 않죠.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오해 하나를 짚고 넘어가야겠어요. 러브버그가 모기를 잡아먹어서 모기 개체수를 줄여준다는 속설이 종종 돌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러브버그 성충은 꽃의 꿀과 꽃가루를 주식으로 삼는 초식성 곤충이에요. 토끼풀, 갯질경이, 브라질페퍼 등의 꽃꿀을 섭취할 뿐, 모기나 다른 곤충을 사냥하거나 포식하지 않습니다. 유충 단계에서도 썩은 낙엽과 유기물만 분해할 뿐이고요. 따라서 러브버그가 모기의 천적 역할을 한다고 기대하시면 안 됩니다.

그럼에도 시민 10명 중 4명이 '보기만 해도 극혐'이라고 답할 정도로 혐오감을 주는 외모와 엄청난 개체 수는 분명 문제입니다. 전문가들은 러브버그를 없애기 위해 무분별하게 살충제를 사용하면 꿀벌이나 나비 같은 다른 이로운 곤충까지 함께 죽을 수 있어 생태계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죠.

2주 참기의 한계, 지혜로운 공존의 길을 찾아야

러브버그 AI

결국 러브버그 사태는 기후 변화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우리가 마주한 새로운 과제인 셈입니다. 2주 정도만 참으면 자연스레 사라진다고는 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불편을 언제까지 감수해야만 할까요? 무조건적인 방제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간과 곤충이 공존할 수 있는 지혜로운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러브버그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도 필요합니다. 모기를 잡아먹는다는 잘못된 속설보다는, 토양 개선에 도움을 주는 익충이라는 정확한 역할을 시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겠죠. 그래야만 과도한 불안이나 무분별한 방제를 줄이고, 보다 합리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을 테니까요.


주요 참조 자료

  • 민원 들어와야 출동…서울 자치구 '러브버그' 늦장 대응 논란 이유 - 일요신문
  • '러브버그', '팅커벨' 민원 폭주에도 서울시 방역조치는 0건 - 뉴스후플러스
  • "익충" "익충" 하지 마 ··· 서울시민 86%"러브버그는 해충" - 공생공사닷컴
  • 서울시민 86% "러브버그는 해충…서울시, 유행성 도시해충 관리계획 ... - 미디어 더 페이스
  • [르포] 여름 불청객 '러브버그'…지자체 "익충, 물 뿌려 쫓아" vs 시민 ... - 네이트뉴스
  • 서울시민 10명 중 4명 "러브버그, 보기만 해도 극혐" - 서울경제
  • 중국이 고향인 러브버그, 어떻게 서울을 뒤덮었을까 - 경향신문
  • 어딜가도 '까만 불청객' 우글...러브버그 대량번식 이유 있었다 - 조선일보
  • 2025년 러브버그 기승 재개...작년보다 빨라진 출몰에 시민 불편 가중 - 블루이코노미
  • 러브 버그, 익충인 이유, 퇴치법 - 플라이의 성장로그 - 티스토리
  • 러브버그 방제를 막은 그린피스 등 57개 환경단체와 시민의 힘 - 그린피스
  • Lovebug - Wikipedia
  • Lovebug season is back, and no, they weren't created to eat mosquitoes - ABC Action News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