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 9시 반인데 하늘이 아직 파랬습니다. 신혼여행으로 간 마드리드에서 저희 부부는 마드리드 솔 광장 쪽에서 마요르 광장까지 걸어 들어갔습니다. 사진에 남은 시각을 보니 첫 사진이 9시 24분, 광장 한가운데서 찍은 사진이 9시 29분이더군요. 이날(2026년 6월 28일) 마드리드의 해는 9시 48분쯤 졌으니, 해 지기 20분 전의 광장을 본 셈입니다.
먼저 요점부터 적습니다. 솔 광장에서 마요르 광장은 걸어서 5분 남짓이고, 광장은 웅장했습니다. 저녁은 광장 바로 아래 메손 델 참피뇬에서 버섯과 크로케타를 먹었는데, 크로케타는 별로였고 기본으로 나온 빵에 값을 매기는 건 좀 그랬습니다. 아래에 걸은 순서와 볼거리, 먹은 것과 가격을 차례로 적어 둡니다.

마드리드 솔 광장에서 마요르 광장 가는 길
걸은 순서는 이렇습니다.
- 솔 광장(지하철 솔역, 1·2·3호선)에서 마요르 거리(Calle Mayor)로 들어섭니다.
- 남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프로빈시아 광장입니다. 산타크루스 궁과 오르페우스 분수가 있습니다.
- 헤로나 거리(Calle de Gerona) 끝의 아치를 지나면 마요르 광장입니다.
- 광장 서쪽 아래 카바 데 산 미겔 거리 17번지에 메손 델 참피뇬이 있습니다.
솔 광장은 스페인 국도의 거리를 재기 시작하는 0km 표지석, 곰과 마드로뇨 나무 동상, 그리고 12월 31일 자정에 포도 열두 알을 먹게 해 주는 시계탑으로 유명한 곳이죠. 이 글의 사진은 그 광장을 벗어나 마요르 거리로 접어든 자리에서 시작합니다. 모서리를 둥글게 굴린 건물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데, 층마다 철제 발코니가 띠처럼 둘러져 있습니다.
조금 내려가니 붉은 벽돌 건물 위로 스페인 국기가 펄럭이고 있었습니다. 산타크루스 궁입니다. 지금은 스페인 외교부 청사인데, 1636년에 다 지어졌을 때는 궁정 감옥이었다고 합니다. 꼭대기에 천사상이 서 있어서 그 시절 마드리드에서는 감옥에 갇히는 걸 '천사 아래서 잔다'고 했다는군요. 저희가 간 날에는 발코니에 무지개 깃발이 길게 걸려 있었습니다.

궁 앞 분수에는 사람들이 빙 둘러앉아 쉬고 있었습니다. 꼭대기에 선 조각이 그리스 신화의 음악가 오르페우스입니다. 원래 분수는 1865년에 철거됐고 지금 것은 1998년에 다시 만든 복제품이라고 하니, 사진 속 분수는 생각보다 젊습니다.

분수에서 서쪽으로 난 헤로나 거리에 들어서면 길 끝에 아치가 보이고, 그 안으로 붉은 건물과 기마상이 액자처럼 들어옵니다. 마요르 광장은 이렇게 '문을 통과해서' 들어가는 광장이더군요.


마요르 광장 볼거리, 웅장함은 어디서 오나
아치를 빠져나오는 순간 시야가 확 열립니다. 저희가 느낀 건 한마디로 웅장함이었습니다. 왜 그런지는 숫자를 보면 조금 이해가 됩니다.
| 항목 | 내용 |
|---|---|
| 크기 | 가로 129m, 세로 94m |
| 발코니 | 237개가 광장을 내려다봄 |
| 설계 | 후안 고메스 데 모라(1617년 착수, 1619년 완공) |
| 지금 모습 | 1790년 큰불 뒤 후안 데 비야누에바가 다시 지음 |
| 중앙 동상 | 펠리페 3세 기마상(1616년 완성, 1848년 광장으로 옮김) |
사방이 같은 높이의 붉은 건물로 막혀 있고, 그 벽이 한 변에 100m 안팎으로 이어집니다. 탁 트인 광장이 아니라 '닫힌' 광장이라서 오히려 크게 느껴지는 거죠. 큰불을 세 번 겪었는데, 1790년 화재 뒤에 건물 높이를 낮추고 뚫려 있던 모서리를 막아 지금처럼 아치로 드나드는 모양이 됐다고 합니다.


해가 건물 뒤로 넘어가면서 지붕선 위로 빛줄기가 부채처럼 퍼졌습니다. 광장 바닥의 돌이 그 빛을 받아 번들거리는 시간이었고, 가장자리 식당들은 하나둘 불을 켜고 있었습니다.

들어온 쪽을 돌아보면 아치 너머 골목 건물들이 노을빛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북쪽 면 한가운데, 벽에 그림이 가득한 건물이 카사 데 라 파나데리아입니다. 이름 그대로 빵집, 정확히는 빵값을 관리하던 중앙 제빵소 자리였고 지금은 관광 안내소로 쓰입니다. 벽화는 옛것처럼 보이지만 1992년에 화가 카를로스 프랑코가 그린 것입니다.

광장 가운데 기마상의 주인공은 펠리페 3세입니다. 잠볼로냐가 설계하고 피에트로 타카가 1616년에 완성한 조각인데, 처음부터 여기 있던 건 아니고 1848년에 옮겨 왔다고 합니다. 이 광장은 그동안 시장이었고, 투우장이었고, 종교재판이 열린 곳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사람들이 휴대폰을 들고 노을을 찍는 곳이 됐고요.

메손 델 참피뇬 후기, 먹은 것과 가격
광장 서쪽 아래로 내려가면 카바 데 산 미겔 거리입니다. 이 거리에는 동굴처럼 생긴 오래된 선술집(메손)이 줄지어 있는데, 17번지가 메손 델 참피뇬입니다. 참피뇬은 양송이버섯이라는 뜻이죠. 바 위에 '1964년 창업'이라고 적힌 타일 간판이 걸려 있습니다.

안쪽은 정말 동굴 같습니다. 둥근 천장에 버섯 모양 장식이 붙어 있고, 벽에는 가게 이름이 버섯 조각으로 새겨져 있더군요.

테이블에 놓인 태블릿 메뉴판에는 한국어가 나옵니다. 그만큼 한국인이 의외로 많이 오는 집이었습니다. 저희가 간 날 태블릿에 적혀 있던 음료 가격은 이랬습니다.
| 메뉴 | 가격 |
|---|---|
| 상그리아 한 잔 | 3.40유로 |
| 상그리아 피처 | 12.90유로 |
| 틴토 데 베라노(여름 레드 와인) | 3.40유로 |
| 맥주(1/3 병) | 3.90유로 |
| 물 | 2.80유로 |
| 빵 | 0.90유로 |

표의 마지막 줄을 눈여겨보시면 좋겠습니다. 빵이 기본으로 나오는데, 공짜가 아닙니다. 메뉴판에 값이 적혀 있으니 속인 건 아니지만, 시키지 않은 기본 빵에 값을 매기는 건 솔직히 좀 그랬습니다.
이 집의 간판 메뉴는 이름 그대로 버섯입니다. 양송이 갓을 뒤집어 속에 초리소 조각과 다진 마늘, 파슬리를 채우고 올리브유에 구워 내는데, 한 개에 이쑤시개가 두 개씩 꽂혀 나옵니다. 공식 홈페이지 메뉴판에는 9.90유로로 올라 있습니다(2026년 10월 확인).

같이 시킨 크로케타는 다섯 개가 나왔습니다. 저희 입에는 별로였습니다. 홈페이지 가격으로는 11.90유로라 버섯보다 비쌉니다.

한 가지 더. 가게 안에는 건반을 연주하는 분이 있었습니다. 좁은 동굴 안에 음악과 사람 소리가 겹치니 꽤 부산하게 느껴지더군요. 조용히 이야기하며 먹는 저녁을 생각하셨다면 분위기가 다를 수 있습니다.

다음에 가는 분께
- 해 지기 30분 전에 마요르 광장에 들어가 보세요. 6월 말 기준으로 밤 9시 20분쯤입니다. 광장이 가장 붉어지는 시간입니다.
- 솔 광장에서 곧장 가지 말고 프로빈시아 광장을 거쳐 헤로나 거리 아치로 들어가면, 아치가 광장을 액자처럼 보여 줍니다.
- 메손 델 참피뇬에서는 메뉴판의 빵값(0.90유로)을 먼저 확인하세요.
- 크로케타보다는 가게 이름에 걸린 버섯 쪽에 기대를 두는 편이 낫습니다.
- 연주가 있는 시간에는 시끌벅적합니다. 그 부산함까지가 이 집의 분위기입니다.
신혼여행의 저녁으로 남은 장면은 셋입니다. 밤 9시 반의 파란 하늘, 닫힌 광장의 붉은 벽, 그리고 동굴 속 건반 소리.
참고한 자료
- 마드리드 관광청 esMADRID, 마요르 광장: 고메스 데 모라와 비야누에바, 카사 데 라 파나데리아, 펠리페 3세 기마상, 가까운 지하철역
- 위키백과(영문) Plaza Mayor, Madrid: 광장 크기, 발코니 수, 완공 연도와 화재, 벽화 연도
- 마드리드 관광청 esMADRID, 푸에르타 델 솔: 0km 표지석, 곰과 마드로뇨 동상, 새해 시계, 지하철 노선
- Mirador Madrid, 프로빈시아 광장: 산타크루스 궁의 내력과 오르페우스 분수 복제 연도
- 메손 델 참피뇬 공식 홈페이지 메뉴: 버섯과 크로케타 가격(2026년 10월 4일 확인)
- Travel Secrets, Mesón del Champiñón: 1964년 개업, 버섯 조리 방식(올리브유·마늘·허브), 동굴 같은 실내와 저녁 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