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짧은 코스 하나를 달립니다. 점프, 벽 차기, 대시. 몇 번 떨어지고 나서야 겨우 깃발에 닿습니다. 보통의 플랫포머라면 여기서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죠. 그런데 이 게임은 방금 그 달리기를 버리지 않습니다. 내가 만든 경로를 복제된 캐릭터들이 따라 달리며 자원을 벌어 옵니다. 잘 뛴 한 판이, 그대로 공장이 되는 겁니다.
2026년 9월 21일 스팀에 출시된 IGTAP 이야기입니다. 정식 이름은 IGTAP: an Incremental Game That's Also a Platformer. 우리말로 옮기면 '플랫포머이기도 한 방치형 게임'이고, 제목이 곧 설명서입니다. 개발은 Pepper Tango Games, 배급은 Gamersky Games가 맡았습니다. 스팀 기준으로 윈도와 리눅스를 지원하고, 한국어 인터페이스도 들어 있습니다. 컨트롤러도 완전히 지원합니다.
아래 내용은 직접 플레이한 후기가 아니라 스팀 상점 소개와 공개된 이용자 평가를 바탕으로 설계를 살펴본 것입니다.
두 장르는 원래 정반대였다
방치형 게임(incremental game)과 플랫포머는 오랫동안 반대편에 서 있었습니다.
| 구분 | 방치형 게임 | 플랫포머 |
|---|---|---|
| 핵심 재미 | 숫자가 불어나는 것을 지켜보기 | 손으로 정확하게 조작하기 |
| 플레이어의 손 | 가끔 누르고 대부분 기다림 | 쉬지 않고 입력 |
| 실력의 의미 | 거의 없음, 선택과 시간이 중요 | 전부, 한 번의 실수가 결과를 바꿈 |
방치형 게임은 손을 놓아도 굴러가게 만든 장르고, 플랫포머는 손을 놓는 순간 떨어지는 장르입니다. 한쪽은 자동화를, 다른 한쪽은 숙련을 파는 셈이죠. IGTAP은 이 둘을 섞는 대신 이어 붙였습니다. 숙련이 자동화의 재료가 되게요.
한 번 잘 뛴 경로가 계속 일한다

스팀 상점의 짧은 소개문은 이렇게 적습니다. 복제된 캐릭터 군단을 모아, 촘촘하게 최적화한 당신의 경로를 따라가게 하라. 막대한 동력을 만들어 생산 능력과 이동 능력을 업그레이드하라.
상점의 소개 영상 제목도 순서대로 읽으면 게임의 고리가 보입니다. 달린다, 업그레이드한다, 동력이 굴러 들어오는 걸 지켜본다, 탐험한다, 또는 경로를 다듬는다.
- 짧은 플랫폼 도전을 끝내면 화폐를 얻습니다.
- 그 화폐로 더 많은 화폐를 버는 업그레이드를 삽니다.
- 새 이동 능력을 얻으면 더 많이 버는 코스가 열리고, 예전 코스 안에도 더 빠른 길이 생깁니다.
- 세계 곳곳에는 숨겨진 보너스가 있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이동 능력이 두 번 쓰인다는 점입니다. 새 능력은 플랫포머에서는 갈 수 없던 곳에 가게 해주는 열쇠이고, 방치형 쪽에서는 같은 코스를 더 빨리 돌게 해주는 생산성 향상입니다. 이중 점프 하나가 탐험 도구이자 공장의 설비 개선인 셈이죠.
실력이 숫자가 되는 순간

보통 방치형 게임에서 효율을 올리는 방법은 무엇을 먼저 살지 고르는 것입니다. IGTAP에서는 여기에 하나가 더 붙습니다. 경로 자체를 더 짧고 깔끔하게 뛰는 것. 소개 영상의 마지막 제목이 '경로를 최적화하라'인 이유입니다.
이 설계가 바꾼 전제는 이것입니다. 방치형 게임에서 플레이어의 손은 원래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IGTAP에서는 손이 한 번 잘 움직이면 그 결과가 계속 복제되며 일합니다. 그래서 한 번의 연습이 한 번의 보상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반복 작업을 기계에 넘기기 전에, 사람이 가장 좋은 동작을 한 번 제대로 만들어야 하는 구조죠.
게임 밖에서도 익숙한 이야기입니다. 매주 반복되는 업무를 자동화할 때 가장 오래 걸리는 건 도구를 고르는 일이 아니라, 지금 하는 방식 가운데 무엇이 가장 좋은 방식인지 정리하는 일입니다. 엉성한 경로를 복제하면 엉성함도 같이 불어납니다.
반응은 나쁘지 않지만, 후반에 대한 불만도 분명하다
한국 시간 9월 30일 스팀 상점 기준 이용자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고, 전체 953건 가운데 744건이 추천이었습니다.
추천 수가 많은 평가를 보면 흐름이 비슷합니다. 데모로 공개됐던 첫 구역은 좋았다는 평이 많고, 후반부로 갈수록 느려진다는 지적이 따라옵니다. 이전 코스에 다시 들어갈 수 없게 되는 구간, 반복되는 초기화 고리, 업그레이드 트리가 지루하다는 불만도 있습니다. 한 업그레이드가 이중 점프를 빼앗는다는 불만에는 개발자가 해당 능력을 켜고 끌 수 있게 바꿨다고 답했습니다.
이 불만들도 설계를 읽는 데 도움이 됩니다. 최적화가 재미있으려면 다듬을 여지가 눈에 보여야 합니다. 경로가 이미 충분히 짧아졌는데 숫자만 늘려야 하는 구간이 오면, 플랫포머의 손맛은 사라지고 방치형의 기다림만 남습니다. 두 장르를 이어 붙인 게임이 가장 조심해야 할 이음새가 바로 거기입니다.
이 게임이 남기는 질문 하나

IGTAP은 아주 큰 게임은 아닙니다. 최소 사양도 저장 공간 500MB 수준이고, 데모도 따로 있습니다. 그래도 한 가지 전제를 깔끔하게 뒤집었습니다. 자동화는 실력을 필요 없게 만든다는 전제 말입니다.
이 게임에서는 반대입니다. 자동화가 커질수록 처음 한 번의 실력이 더 중요해집니다. 복제될 동작은 한 번뿐이니까요.
반복되는 일을 줄이고 싶을 때, 도구를 찾기 전에 가장 좋은 한 번을 먼저 만들어두는 것. IGTAP을 보고 나면 이 순서가 조금 더 또렷하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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