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독] '콜오브듀티'에 '이태원 참사' 장면‥"오락 위해 참사 박제하나"
전 세계에서 매달 1억 명 넘는 이용자를 끌어모으고 있는 인기 게임 시리즈의 신작이 현시점에서 북한의 침략으로 전면전이 벌어진 우리나라를 가상의 배경으로 설정해 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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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켜면 북한의 미사일이 떨어진 서울 거리가 불길에 휩싸여 있습니다. 경찰 통제선 너머로 누군가 심폐소생술을 하고, 바닥에는 사람들이 줄지어 누워 있어요. 잘 만든 전쟁 연출처럼 보이는 이 장면이, 4년 전 이태원 참사 현장 영상과 구도까지 같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콜오브듀티 이태원 논란입니다.
저는 이 일을 '실수 한 번'으로 보지 않습니다. 현실을 빌려 와 몰입감을 만드는 콜 오브 듀티의 설계가, 빌린 현실에 주인이 있다는 걸 또 잊은 일로 봐요. 게임 이야기지만, 남의 자료로 내 결과물을 만드는 모든 일에 해당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는 어떤 게임인가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는 2026년 10월 23일 나온 1인칭 슈팅 게임입니다. 인피니티 워드가 다른 스튜디오 10곳과 함께 만들고 액티비전이 배급했고, 플레이스테이션 5·엑스박스·PC·닌텐도 스위치 2로 나왔어요. 북한이 남한을 기습해 전면전이 벌어진다는 가상 설정으로, 가상의 한국 도시 '하진'이 주요 무대입니다.
평가는 좋습니다. 메타크리틱 점수가 PC 87점, PS5 91점이고, 전자신문 리뷰는 편의점과 주택가, 골목 같은 한국의 일상 공간을 실감 나게 담아 기존 해외 전장보다 몰입도가 높다고 평했어요. 바로 이 '실감'이 이번 논란의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특징 하나, 현실을 빌려 오는 리얼리즘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힘은 '이건 진짜 일어날 수도 있다'는 느낌입니다. 실제 나라, 실제 도시, 뉴스 화면처럼 꾸민 장면을 섞어서 플레이어가 화면 속 전쟁을 남의 일이 아닌 것처럼 느끼게 만들어요. MBC에 따르면 이 시리즈는 2003년부터 전 세계에서 5억 장 넘게 팔렸습니다. 이 공식이 통했다는 뜻이죠.

문제는 그 리얼리즘을 어디서 가져오느냐입니다. MBC 보도에 따르면 이번 게임의 일부 장면은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 영상을 거의 그대로 가져다 썼어요. 심폐소생술을 하는 사람의 위치와 구도, 경찰 통제선과 경광봉, 소방관의 옷까지 일치했고, 법영상분석 전문가는 두 영상이 100% 같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습니다.
이걸 처음 알아챈 건 게임사도 평론가도 아니었습니다.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가 MBC에 확인을 요청했고, 한 유족은 콘텐츠 공급업체 '게티이미지'가 출처로 나오는 영상을 직접 찾아 제보했어요. 액티비전은 "스토리 설정을 위해 일부 실제 뉴스 영상을 썼다"며 "가볍게 다루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했지만, 영상을 고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실수가 세 번째인 이유
콜 오브 듀티가 다른 나라를 무대로 삼아 논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 2009년 모던 워페어 2 '노 러시안': 러시아 공항에서 민간인에게 총을 쏘는 임무로 큰 논란이 됐고, 당시 테크크런치는 러시아에서 판매가 막히고 수정판이 나올 예정이라고 전했어요.
- 2019년 모던 워페어 '죽음의 고속도로': 1991년 걸프전 때 다국적군이 철수하던 이라크군을 공격한 실제 사건과 같은 이름의 장면을 러시아군이 저지른 일로 그려 비판을 받았고, 소니는 러시아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에서 이 게임을 팔지 않기로 했습니다.
- 2026년 모던 워페어 4: 한반도 전쟁을 무대로 삼았고, 그 안에 실제 참사 영상이 들어갔어요.

흐름을 보면 수위가 한 단계씩 올라왔습니다. 지어낸 테러, 실제 사건의 이름을 빌린 장면, 그리고 이번엔 실제 사람이 찍힌 참사 영상 그 자체예요. 다른 나라의 상처를 '그럴듯한 배경'으로 쓰는 데 익숙해진 개발 문화가, 그 나라 사람들이 아직 애도하는 장면까지 배경으로 써 버린 셈입니다. 한국 직원과 지역 전문가에게 자문했다고 밝힌 게임에서 이 장면이 걸러지지 않았다는 점이 더 아쉽습니다.
흔한 오해 세 가지
이번 일을 두고 나올 법한 변명은 세 가지입니다. 저는 셋 다 성립하지 않는다고 봐요.

"게임은 허구니까 괜찮다": 하진은 지어낸 도시가 맞습니다. 하지만 그 화면 속 영상에 찍힌 날과 사람은 지어낸 게 아니에요. 허구라는 이름이 실제 영상까지 허구로 바꿔 주지는 않습니다.
"돈 내고 산 영상이다": 게티이미지가 출처라면 쓸 권리를 샀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쓸 권리와 써도 되는 자격은 다른 문제예요. 같은 영상을 보도한 MBC조차 "희생자·유족 보호를 위해 일부 화면을 조정했다"는 자막을 달았습니다. 사실을 전하려는 뉴스도 가렸는데, 긴장감을 위해 쓴 게임은 거의 그대로 썼어요.
"의도가 없었다": 의도는 일이 벌어진 이유를 설명할 뿐, 지금 무엇을 할지는 말해 주지 않습니다. 게임은 영화와 달리 업데이트로 고칠 수 있는 매체인데, 고칠지 묻는 질문에 침묵한 건 '의도가 없었다'는 말의 무게를 스스로 깎아 먹은 겁니다.
일에 적용하면, 자료를 쓰기 전 '누구의 기억인가'를 묻는다
이 일은 게임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발표 자료에 뉴스 사진을 넣고, 광고에 실제 사건 영상을 붙이고, 블로그 글에 남의 사진을 쓰는 순간 우리도 같은 자리에 서요. 제가 이번 일을 보며 정리한 기준은 세 가지입니다.

- 이 장면에 찍힌 사람은 누구인가: 사람이 찍힌 실제 영상이라면, 그 사람과 가족이 이 쓰임을 봤을 때 어떨지부터 떠올려 보기
- 그 일은 아직 애도 중인가: 몇 년이 지났어도 기일과 추모가 이어지는 사건이라면 배경으로 쓰지 않기
- 이 자료가 없으면 전달이 안 되는가: 대부분은 다시 찍거나 다시 그린 장면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확인하기
그리고 지적을 받았다면, 의도부터 해명하지 말고 무엇을 언제 고칠지부터 말해야 합니다. 상대가 듣고 싶은 건 내 마음이 아니라 다음 행동이에요.
콜오브듀티 이태원 논란이 남긴 한 줄

현실을 빌린 게임은 현실에 빚을 집니다. 리얼리즘은 라이선스로 살 수 있어도, 그 장면을 써도 된다는 자격은 살 수 없어요. 참사 4주기를 하루 앞둔 지금, 액티비전이 내놓아야 할 건 또 한 번의 '의도는 없었다'가 아니라 그 장면을 고칠 날짜입니다.
*이 글은 2026년 10월 28일까지 나온 MBC 뉴스데스크(2026.10.27) 보도와 위키백과·전자신문·더넥스트웹(2019)·테크크런치(2009) 자료를 바탕으로 썼으며, 오해 세 가지와 적용 기준은 제 해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