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트레일러 뜻, 예고편이 '뒤따르는 것'이라 불린 이유는 1913년 극장에 있습니다

by 글연못 2026. 10. 10.
반응형

트레일러 뜻을 찾아보면 영화 예고편이라고 나옵니다. 그런데 영어 낱말 trailer는 본래 '뒤에 끌려오는 것'입니다. 짐차 뒤에 매달린 짐칸도 트레일러라고 부르죠.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트는 영상에 왜 '뒤'라는 이름이 붙었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처음에는 정말로 영화가 끝난 뒤에 틀었기 때문입니다.

극장에 가면 불이 꺼지고도 한참 동안 다른 영화의 예고편이 이어집니다. 요즘은 극장에 가기 전에 휴대전화로 먼저 보는 일이 더 많습니다. 너무 당연해서 묻지 않게 된 이 순서가 어떻게 생겼는지 따라가 보겠습니다.

트레일러 뜻, 이름에 남은 옛 자리

트레일러는 '뒤따라오다'라는 뜻의 영어 trail에서 나온 말입니다. 영화 예고편을 이렇게 부르는 까닭에 대해 여러 자료가 같은 설명을 합니다. 초기의 예고편은 본편이 끝난 다음에 이어서 상영됐고, 본편 뒤를 따라온다고 해서 트레일러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것입니다.

자리는 나중에 앞으로 옮겨졌지만 이름은 그대로 남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영화 앞에 나오는 영상을 '뒤따라오는 것'이라고 부르는 어긋난 상태가 됐습니다. 이 말은 영화 밖으로도 퍼져서 책을 소개하는 영상은 북 트레일러, 게임을 소개하는 영상은 게임 트레일러라고 부릅니다.

영화 예고편의 시작, 1913년 극장에 걸린 홍보 필름

기록에 남은 첫 예고편은 1913년 11월 미국에서 나왔습니다. 만든 사람은 닐스 그랜런드입니다. 그는 마커스 로우가 운영하던 극장 체인의 광고 책임자였습니다. 그런데 이 필름이 알린 것은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브로드웨이 윈터가든 극장에 올라갈 뮤지컬 '더 플레저 시커스'였습니다. 그랜런드는 공연 연습 장면을 찍어 짧은 홍보 필름으로 만들었고, 로우의 극장에서 영화 상영 사이에 틀었습니다.

그가 풀려던 문제는 광고였습니다. 극장에는 이미 사람들이 모여 스크린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 눈앞에 다음에 볼 것을 보여 주면 전단지보다 낫겠다는 생각이었죠. 이듬해인 1914년에는 로우의 극장에서 찰리 채플린 영화를 미리 알리는 데 슬라이드를 쓰기도 했습니다.

같은 1913년, 다른 쪽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제작자 윌리엄 셀리그는 신문 연재소설 방식을 영화에 들여와 '캐슬린의 모험'이라는 연속 영화를 내놓았습니다. 매 회를 아슬아슬한 장면에서 끊고, 본편이 끝난 뒤 다음 회를 알리는 짧은 영상을 붙였습니다. 미국 매체 멘털 플로스에 따르면 "그녀는 사자 우리에서 빠져나올까요? 다음 주의 짜릿한 이야기를 보세요" 같은 글귀가 화면에 떴다고 합니다.

무엇을 '최초의 예고편'으로 볼지는 그래서 조금 갈립니다. 극장에서 튼 첫 홍보 필름으로는 그랜런드의 것이 꼽힙니다. 다만 그것은 공연을 알린 필름이었습니다. 영화를 알린 것으로는 셀리그의 연속 영화 예고와 1914년의 채플린 슬라이드가 함께 거론됩니다.

예고편이 영화 뒤에 붙었던 까닭

지금 생각하면 이상합니다. 영화가 끝나면 다들 일어나 나가는데 왜 그 뒤에 광고를 틀었을까요.

당시 극장은 지금과 달랐습니다. 멘털 플로스의 설명으로는 1913년 무렵에는 동전 몇 닢만 내고 들어가면 하루 종일 앉아 있을 수 있었습니다. 장편, 단편, 만화 영화가 끊이지 않고 돌았습니다. 영화 한 편이 끝나도 관객은 자리에 남았습니다. 그러니 본편 뒤에 붙인 영상도 충분히 눈에 들어왔습니다.

연속 영화에는 더 잘 맞았습니다. 이번 회가 아슬아슬하게 끝난 바로 그 순간이 "다음 주에 계속"을 말하기에 가장 좋은 때였으니까요. 지금 드라마가 끝나고 다음 회 예고가 나오는 것과 같은 자리입니다. 예고편은 처음에 제자리에 있었던 셈입니다.

영화 예고편이 앞자리로 옮겨 간 뒤 달라진 것

상영 방식이 바뀌자 뒷자리는 약점이 됐습니다. 한 편을 보고 나가는 관객이 늘면 본편 뒤의 영상은 빈 객석을 향해 돌게 됩니다. 예고편은 결국 본편 앞으로 옮겨 갔습니다. 더 많은 사람이 보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정확히 언제 옮겨졌는지는 이번에 본 자료들이 연도를 밝히지 않아 적지 않습니다.

만드는 쪽도 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극장이 제각기 만들던 것을 영화사가 직접 편집하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내셔널 스크린 서비스라는 회사에 맡겼습니다. 이 회사는 1950년대 말까지 미국 예고편의 대부분을 만들었습니다. 그 시절 예고편은 주요 장면에 큼직한 글자를 얹고 굵은 목소리의 해설을 입히는 틀이 굳어 있었습니다.

1960년대 초에 그 틀이 깨집니다. 글자와 해설을 덜어 내고 짧은 장면을 빠르게 이어 붙이는 방식이 나왔습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롤리타'(1962), '닥터 스트레인지러브'(1964),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의 예고편을 이런 식으로 만들었습니다. 예고편이 줄거리 안내에서 하나의 짧은 작품으로 넘어간 때입니다.

2분 30초, 영화 예고편 길이에 생긴 약속

예고편이 앞자리를 차지하자 길이가 문제가 됐습니다. 본편을 보러 온 사람을 얼마나 오래 붙잡아 둘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미국영화협회(MPA)는 예고편 길이를 2분 30초까지로 정해 두었습니다. 영화사마다 1년에 한 번은 이 길이를 넘길 수 있다는 예외가 붙어 있습니다. 2014년 1월에는 미국 극장주 단체가 2분을 넘기지 말아 달라는 지침을 냈습니다. 의무는 아니고 권고입니다. 앞자리를 내준 극장 쪽이 "너무 길다"고 말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보는 곳도 바뀌었습니다. 1993년 여름 미국의 큰 영화사들이 예고편을 온라인으로 내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디즈니는 PC통신 컴퓨서브로, 컬럼비아는 AOL로 예고편을 내려받게 했습니다. 지금은 예고편을 주로 유튜브에서 봅니다. 2016년 공개된 '원더우먼' 첫 예고편은 48시간 만에 1,300만 번 넘게 재생됐습니다.

그러자 새로운 문제가 생겼습니다. 인터넷에서는 건너뛸 수 있습니다. 2010년대 중후반부터 예고편 맨 앞에 5~10초짜리 '마이크로 티저'를 붙이는 일이 흔해졌습니다. 예고편의 예고편입니다. 넘기지 못하게 하려고 가장 센 장면을 첫머리에 몰아넣은 것이죠.

트레일러가 지금 우리에게 남긴 것

얻은 것부터 보겠습니다. 표를 사기 전에 어떤 영화인지 가늠할 수 있게 됐습니다.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 온 테이프 앞머리의 예고편을 보고 다음에 빌릴 영화를 정하던 기억이 있는 분도 많을 겁니다. 예고편은 영화를 고르는 가장 손쉬운 잣대가 됐습니다.

치른 값도 있습니다. 예고편이 좋은 장면을 다 보여 줘서 본편이 싱겁다는 불만은 이제 낯설지 않습니다. 사람을 붙잡으려는 경쟁이 길이 제한과 마이크로 티저를 낳았듯, 더 세게 더 먼저 보여 주려는 쪽으로 계속 밀려 왔습니다. 110여 년 전 극장 광고 책임자가 풀려던 문제, 곧 '이미 앉아 있는 사람의 눈을 어떻게 쓸 것인가'가 지금은 손안의 화면에서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트레일러 뜻이 남기는 한 줄

트레일러 뜻에는 예고편이 한때 맨 뒤에 있었다는 사실이 화석처럼 남아 있습니다. 자리는 사람들이 앉아 있는 쪽으로 옮겨 가고, 이름은 처음 자리를 기억합니다. 다음에 극장에서 예고편이 길게 느껴지면, 저 영상이 원래는 영화가 다 끝난 뒤에 나오던 것이었다는 점을 떠올려 보셔도 좋겠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출처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