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글날 공휴일은 언제부터였을까요. 달력의 10월 9일은 늘 빨간색이었던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쉬는 날이 됐다가, 스물두 해 동안 평일이었다가, 다시 쉬는 날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올해 2026년은 이 기념일이 처음 생긴 지 꼭 100년이 되는 해입니다.
1990년까지 학교에 다닌 분들은 한글날에 쉬었던 기억이 있으실 겁니다. 그 뒤에 학교를 다닌 분들은 한글날에 등교해서 글짓기를 했던 기억이 더 익숙하실 테고요. 같은 날을 두고 세대마다 기억이 다른 까닭을 처음부터 따라가 보겠습니다.

가갸날, 1926년에 시작된 한글날의 첫 이름
한글날의 첫 이름은 가갸날이었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1926년 11월 4일, 조선어연구회가 신민사와 함께 기념식을 열었습니다. 조선어연구회는 지금의 한글학회입니다. 그날은 음력으로 9월 29일이었고, 훈민정음이 반포된 지 480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가갸날이라는 이름은 '가갸거겨' 하며 글자를 익히던 데서 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직 '한글'이라는 말이 널리 퍼지기 전이었습니다. 이름은 두 해 뒤인 1928년에 한글날로 바뀝니다.
왜 이때였을까요. 1926년은 일제강점기 한복판입니다. 백과사전은 이 기념식을 우리 말과 글에 대한 관심을 일깨워 겨레의 넋을 살리려는 민족운동의 하나로 설명합니다. 쉬는 날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잊히지 않게 하자는 것이 출발이었습니다.
한글날 유래, 날짜가 10월 9일이 되기까지
한글날 날짜는 처음부터 10월 9일이 아니었습니다. 세 번 달라졌습니다.
| 시기 | 기념한 날 | 까닭 |
|---|---|---|
| 1926년~ | 음력 9월 29일 | 반포한 달이 음력 9월이라는 것만 알려져 그달 끝 무렵으로 잡았다고 전해짐 |
| 1932~1933년 | 양력 10월 29일 | 음력 날짜를 양력으로 바꿔 계산 |
| 1934~1945년 | 양력 10월 28일 | 다른 달력 계산법으로 다시 환산 |
| 1946년~ | 양력 10월 9일 | 훈민정음 원본에서 새 단서를 찾음 |
마지막 줄이 결정적이었습니다. 1940년 경상북도 안동에서 훈민정음 원본이 발견됩니다. 그 책 끝에 '9월 상한'이라는 말이 적혀 있었습니다. 상한은 한 달의 첫 열흘을 뜻합니다. 그달 끝이 아니라 초순에 책이 나왔다는 단서였습니다. 초순의 마지막 날인 음력 9월 10일을 양력으로 바꾸니 10월 9일이 됐습니다. 광복 뒤 이 날짜로 정해졌고 1946년부터 10월 9일에 기념식을 열었습니다. 확정한 해를 1945년으로 적는 자료도 있습니다.
책 한 권이 기념일을 스무 날 가까이 앞당긴 셈입니다.

한글날 공휴일 지정은 1949년, 제외는 1991년
한글날이 처음 쉬는 날이 된 것은 1949년입니다. 그해 6월 4일 대통령령 제124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한글날이 들어갔습니다. 정부가 세워진 이듬해입니다.
다만 이때의 한글날은 국경일이 아니었습니다. 같은 해 10월에 만든 법이 정한 국경일은 삼일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넷뿐이었습니다. 한글날은 '쉬는 기념일'이라는 조금 어정쩡한 자리에서 42년을 보냅니다.
그러다 1991년, 한글날은 공휴일에서 빠집니다. 국군의 날도 함께였습니다. 국립국어원이 펴낸 글은 당시 정부가 공휴일이 너무 많다는 이유를 댔다고 적고 있습니다. 쉬는 날이 많으면 일하는 시간이 줄고 생산에 지장이 생긴다는 논리였습니다. 그 글은 배경도 함께 짚습니다. 1987년 뒤로 노사 갈등이 커지자 일하는 시간을 늘리려 했다는 해석입니다.
이때부터 2012년까지, 스물두 번의 한글날은 평일이었습니다.

한글날 공휴일 재지정, 2013년에 돌아온 과정
돌아오는 길은 두 단계였습니다.
첫 단계는 격을 높이는 일이었습니다. 2005년 12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이 바뀌어 한글날이 다섯 번째 국경일이 됐습니다. 2006년이 국경일로 맞은 첫해입니다. 그런데 국경일이 됐는데도 쉬지는 않았습니다. 국경일과 공휴일은 서로 다른 규정으로 정하기 때문입니다. 공교롭게도 제헌절은 2008년부터 공휴일에서 빠졌습니다. 주 40시간 근무제가 들어오면서 쉬는 날을 조정한 결과입니다.
둘째 단계가 공휴일 재지정입니다. 국립국어원 글에 실린 2012년의 흐름은 이렇습니다.
- 3월 28일: 46개 단체가 모여 한글날 공휴일 추진 모임을 꾸렸습니다.
- 4월: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서 국민 84%가 공휴일 지정에 찬성했습니다.
- 9월 18일: 7만여 명의 서명을 담은 청원서를 정부에 냈습니다.
- 11월 1일: 국회가 공휴일 지정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197명 가운데 189명이 찬성했습니다.
- 12월 24일: 규정을 고치는 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그렇게 2013년부터 한글날은 다시 빨간 날이 됐습니다. 반대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경영계는 휴일이 늘면 생산과 수출이 줄어든다고 맞섰습니다. 1991년에 한글날을 뺀 논리와 같은 논리였습니다.
한글날 100주년, 쉬는 날이 남긴 것과 치른 값
이 100년을 한 줄로 줄이면 '기념할 것인가, 일할 것인가'의 줄다리기입니다.
얻은 것은 분명합니다. 쉬는 날이 되면 그날을 한 번 더 떠올리게 됩니다. 2012년 조사에서 국민 84%가 재지정에 찬성했다는 숫자가 그 무게를 보여 줍니다.
치른 값도 있습니다. 하루를 쉬면 누군가는 그날 매출과 생산을 잃습니다. 그리고 쉬는 날이 되면 기념일은 연휴의 일부가 되기 쉽습니다. 올해 한글날도 금요일이라 사흘 연휴입니다. 쉬는 날로 돌아온 한글날이 글자를 생각하는 날인지, 그냥 하루 더 쉬는 날인지는 달력이 아니라 우리가 정합니다.
토요일 근무가 사라진 과정이 궁금하시면 주5일제 시행 시기를 다룬 글을 함께 보시면 좋습니다. 쉬는 날을 둘러싼 같은 줄다리기가 거기에도 나옵니다.

한글날 공휴일이 오늘의 우리에게 남기는 한 줄
한글날 공휴일은 처음부터 주어진 날이 아니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이름을 얻고, 책 한 권으로 날짜를 고치고, 한 번 잃었다가 사람들이 서명으로 되찾은 날입니다. 달력의 빨간 날 하나에도 누군가 정하고, 빼고, 다시 넣은 사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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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글날 — 1926년 가갸날, 1928년 개칭, 날짜 변경, 1946년부터 10월 9일, 2005년 국경일, 2013년 공휴일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가갸날 — 조선어연구회와 신민사, 반포 480년
- 국립국어원 새국어생활, 한글날은 어떻게 다시 공휴일이 되었는가(이건범, 2013) — 1949년 대통령령 제124호, 1991년 제외, 2005년 국경일, 2012년 재지정 과정
- 이투데이, 한글날 유래와 공휴일 제외·재지정 — 1945년 날짜 확정, 1991년 제외 이유
사실 확인 기준일: 2026년 10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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