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팀에 앞서 해보기로 나온 보이스피싱 게임 하나가 이번 주 화제가 됐습니다. 이름은 ‘스캠 위드 유어 프렌즈(Scam With Your Friends)’, 친구들과 사기 콜센터 직원이 되어 인공지능 손님을 속이는 협동 게임입니다. 사기꾼 자리에 앉혀 놓은 이 게임이 거꾸로 우리에게 알려 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보이스피싱 게임 ‘스캠 위드 유어 프렌즈’는 어떤 게임인가
스캠 위드 유어 프렌즈는 플레이어가 사기 콜센터 직원이 되어 하루 수익 할당량을 채우는 협동 게임입니다. 스팀 공식 소개에 따르면 개발은 JakeHub와 Metater가 맡았고, 윈도 PC용 앞서 해보기(정식 출시 전 먼저 파는 판)이며 정식 출시는 12월 중순을 목표로 합니다. 게임메카 10월 16일 기사에 따르면 이 게임은 그날 앞서 해보기로 나왔고, 최대 6명이 함께 하고, 할당량을 못 채우면 상사의 인사 평가를 받으며, 날이 갈수록 목표 금액이 오릅니다.
이 게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장치는 손님이 사람이 아니라 생성형 인공지능이라는 점입니다. 플레이어는 마이크로 말하거나 글자를 쳐서 인공지능 손님과 실시간으로 통화합니다. 정해진 대본이 없으니 그때그때 둘러대야 합니다. 같은 기사에 따르면 출시 직후 스팀 평가는 705명 가운데 71%가 긍정적인 ‘대체로 긍정적’이었습니다.
사기 수법이 아니라, 사기꾼 자리에서 보면 또렷해지는 ‘속는 순간의 구조’입니다. 이 글은 수법을 자세히 옮기지 않습니다.
사기꾼 자리에 앉으면 보이는 것: 시간이 가장 큰 무기
게임을 해 본 사람들이 공통으로 꼽는 재미는 즉흥으로 둘러대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이 장면을 뒤집어 보면 한 가지가 분명해집니다. 거짓말은 길어질수록 틈이 생기고, 상대가 생각할 시간을 가질수록 들통날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래서 사기꾼에게 가장 좋은 손님은 똑똑하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지금 바로 움직이는 사람’입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소비자 안내도 같은 점을 짚습니다. 사기꾼은 당장 돈을 내지 않으면 큰일이 난다고 말하는데, 그렇게 서두르게 하는 이유는 상대가 그 말을 곰곰이 생각하거나 믿을 만한 사람과 상의할 시간을 주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왜 이 게임이 통했나: 대본 없는 통화가 만든 긴장
이 게임이 나오자마자 스팀 인기 게임 최상위권에 올랐다는 소식이 나온 이유는 인공지능 손님 덕분입니다. 예전 게임이라면 정해진 대사 몇 개 중에서 고르면 됐지만, 여기서는 상대가 무슨 말을 할지 모릅니다. 플레이어는 상대의 의심을 줄이려고 말을 바꾸고, 친구들은 옆에서 다른 일을 맡습니다. 하루 일이 끝나면 통화 장면을 다시 보며 상사가 평가를 내립니다.
이 구조는 현실의 사기 조직을 떠오르게 합니다. 정부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이 2025년 5월 낸 자료의 제목은 ‘치밀한 각본’이었습니다. 실제 조직은 역할을 나누고 각본을 짜고, 목표를 채우도록 움직입니다. 게임은 이것을 우스꽝스럽게 그렸지만, 한 사람이 혼자 전화 한 통을 받는 동안 그 너머에서는 여럿이 한 사람을 상대한다는 점은 같습니다.
이 게임의 동시 접속자 수와 판매량은 공식 자료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게임메카는 ‘전 세계 인기 게임 최상위권’이라고만 전했습니다. 인공지능 서버 운영 비용 때문에 서비스 방식이 바뀔 수 있다는 이용자 우려도 있습니다.
흔한 오해: “나는 똑똑해서 안 속는다”
이렇게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숫자는 다릅니다. 통합대응단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3월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3,116억 원, 한 건당 피해액은 5,301만 원이었습니다. 피해자 가운데 50대 이상 비중은 2023년 32%에서 2024년 47%, 2025년 1~3월 53%로 커졌습니다. 경험 많고 판단력 있는 나이대가 더 많이 당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같은 자료에서 가장 많은 수법은 금융감독원·검찰·경찰을 사칭하는 기관사칭형으로 전체의 51%였습니다. 기관 이름은 사람을 ‘따져 볼 일’이 아니라 ‘따라야 할 일’로 느끼게 만듭니다. 똑똑함이 아니라 성실함이 노려지는 셈입니다.

게임 밖에서 쓰는 법: 서두르게 하면 일단 끊는다
이 게임이 주는 깨달음을 한 줄로 줄이면 ‘상대가 나를 서두르게 하면, 그 서두름 자체가 신호’라는 것입니다. 통합대응단은 의심스러운 통화를 받으면 곧바로 끊고 112로 신고해 피해 여부를 확인하라고 안내합니다. 또 수사기관은 대출 실행, 예금 해지, 돈 이체를 요구하지 않고, ‘국가안전계좌’ 같은 계좌는 없다고 밝힙니다.
전화가 아닌 곳에서도 같은 원리가 통합니다.
- 일: ‘오늘 안에 결재해 달라’는 요청이 근거 없이 급할수록 한 박자 쉬고 문서로 확인합니다.
- 돈: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다’는 투자·대출 권유는 하루 묵혀 가족에게 먼저 말해 봅니다.
- 관계: 부모님께는 ‘누가 전화로 급하게 돈을 말하면 끊고 나에게 먼저 전화하자’는 약속을 미리 정해 둡니다.
보이스피싱 게임이 남기는 한 줄
사기꾼의 의자에 앉아 보면 거짓말의 가장 큰 적은 상대의 시간이라는 것이 보입니다. 게임 속 사기꾼은 할당량에 쫓기고, 그 조급함을 상대에게 옮기려 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할 일은 하나입니다. 누군가 나를 서두르게 하면, 일단 끊고 생각할 시간을 되찾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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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스팀 상점, Scam With Your Friends 공식 소개(개발 JakeHub·Metater, 윈도, 앞서 해보기, 일일 할당량·상사 평가·AI 손님)
https://store.steampowered.com/app/4954910/
- 게임메카, [오늘의 스팀] AI를 속여라, 협동 신작 ‘스캠 위드 유어 프렌즈’(2026년 10월 16일): 최대 6명, 할당량, 실시간 AI 통화, 평가 705명 중 71% 긍정
https://www.gamemeca.com/view.php?gid=1781919
-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 ‘그놈 목소리, 치밀한 각본 주인공이 되시겠습니까’(2025년 5월 28일): 2025년 1~3월 피해액 3,116억 원, 건당 5,301만 원, 50대 이상 53%, 기관사칭형 51%, 대응 수칙
https://www.counterscam112.go.kr/bbs002/board/boardDetail.do?pstSn=60
-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소비자 안내, Only scammers tell you to buy a gift card to pay them: 서두르게 하는 이유, 통화를 끊으라는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