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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메이커 예언의 아이들, 딸의 일정표를 부모가 짜는 게임에서 결말은 어디서 갈릴까요: 부모가 정할 수 있는 것과 정할 수 없는 것

by 글연못 2026.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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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첫날, 아이 책상 앞에 시간표를 붙이는 장면을 떠올려 보세요. 9시 수학, 11시 영어, 오후엔 독서와 학원. 빈칸 없이 채우고 나면 괜히 든든하죠. 그런데 사흘쯤 지나면 시간표는 벽에 붙어 있고, 아이는 거실에 누워 있어요. “이걸 다 어떻게 해요.” 이런 말이 나오는 것도 딱 이맘때고요.

일정 짜는 일이 한가운데 있는 게임이 있어요. ‘프린세스 메이커 예언의 아이들’입니다. 9월 30일 스팀에 정식 출시됐는데, 부모가 되어 딸을 8년 동안 키우는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이에요. 소개문에 이런 문장이 있더군요. “당신이 선택한 스케줄이 딸의 미래로 이어집니다.” 아이를 대신 살아 줄 수는 없어도 일정은 짜 줄 수 있죠. 그렇다면 좋은 일정표는 어떤 모양일지, 이 게임에서 결말이 갈리는 곳을 따라가며 같이 보시죠. 부모가 정할 수 있는 것과 정할 수 없는 것도 거기서 갈립니다. 공략 글은 아니니 편하게 읽으셔도 됩니다.

프린세스 메이커 예언의 아이들은 어떤 게임일까요: 일정이 딸의 미래로 이어지는 육성

프린세스 메이커 예언의 아이들은 어린 소녀를 성인으로 키우는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게임 이야기는 짧게만 할게요.

스팀 상점 표기로 개발과 배급은 GEAR2예요. 2025년 7월 앞서 해보기(정식 출시 전에 먼저 파는 방식)로 나왔다가 2026년 9월 30일 정식 출시됐습니다. 스팀 소개문은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의 약 18년 만의 새 작품이라고 밝히고 있어요. 18년이면 강산이 거의 두 번 바뀐 세월이죠.

일정에 들어가는 일은 공부만이 아니에요. 소개문은 “공부하거나, 사회 활동으로 다른 사람을 돕거나, 세계 곳곳을 탐험할 수도 있죠.”라고 쓰고, “때로는 마을을 구경하거나 바캉스를 다니며 휴식을 취할 수도 있습니다.”라고도 씁니다. 공부 칸만 있는 게 아니라 쉬는 칸도 선택지에 들어 있다는 얘기죠.

프린세스 메이커 엔딩은 어디서 갈릴까요: 능력치가 쌓인 모양

프린세스 메이커 엔딩은 쌓인 능력치(게임 속 수치)가 어떤 조건에 닿았느냐에 따라 갈립니다. 조건을 줄줄이 적지는 않고, 갈리는 방식만 볼게요.

개발팀은 정식 출시 다음 날인 10월 1일 스팀 공지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특정 조건과 능력치에서 일부 엔딩이 집중적으로 나타나던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엔딩 분포를 조정했습니다.” 같은 공지에는 “여러 계열의 능력치를 요구하는 복합 엔딩의 조건과 가중치를 상향했습니다.”라는 문장도 있어요. 구체적인 수치는 공지에 나오지 않습니다.

엔딩 수는 앞서 해보기 6월 업데이트에서 53가지가 됐습니다(직업 44가지, 관계 9가지). 정식 출시 때는 직업 엔딩 8가지와 일상에서 만나는 인물의 엔딩 4가지가 더해졌고요. 인벤 글로벌, 오토마톤, 게임톡 기사에 나온 숫자예요.

육성 기간
8년
앞서 해보기 중 늘어남
엔딩(6월 업데이트)
53가지
직업 44, 관계 9
정식 출시 때 추가
12가지
직업 8, 인물 4

저는 이 설계가 사람을 붙드는 힘이 여기 있다고 봐요. 결말이 마음에 안 들면 제일 먼저 되짚어 볼 곳이 내가 짠 일정이거든요. 그러면 다음 판에는 일정을 다르게 짜 보게 되고요. 한 번의 큰 선택이 아니라 8년 치 선택이 쌓여 결말이 되는 구조로 보입니다.

확인하지 못한 것
능력치별 정확한 엔딩 조건과, 쉬는 일정이 게임 안에서 어떤 효과를 내는지는 개발팀 자료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판매량과 동시 접속자 수도 확인하지 못해 적지 않았습니다. 스팀 사용자 평가 수치는 확인 시점마다 달라 적지 않았고, 개발팀이 10월 1일 공지에서 정식 출시 관련 불편에 사과한 만큼 완성도를 단정하지 않습니다. 이상은 2026년 10월 19일 기준입니다.

흔한 오해: 일정을 짠다는 건 빈칸을 채우는 일일까요

일정을 짠다는 건 빈칸을 채우는 일이 아니라 시간을 나누는 일입니다. 방학 시간표로 다시 돌아가 볼게요. 빈칸 없이 채우면 든든한 건 자연스러운 마음이죠. 많이 넣을수록 많이 자랄 것 같으니까요. 그런데 연구는 같은 시간도 어떻게 나누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해요.

미국 연구진이 학습법을 하나씩 평가한 검토 논문이 있어요. 2013년 심리과학협회 학술지에 실렸는데요. 여기서 공부를 여러 번에 걸쳐 간격을 두고 하는 분산 학습은 ‘효용이 높다’고 평가됐습니다. 밑줄 긋기와 다시 읽기는 ‘효용이 낮다’는 평가였고요. 밑줄 긋고 다시 읽는 게 제일 열심히 한 것 같은데 말이죠.

용어 풀이 · 분산 학습
같은 공부 시간을 한꺼번에 몰지 않고 여러 날에 나누어, 간격을 두고 되풀이하는 방법입니다. 벼락치기의 반대편에 있습니다.

아이들 놀이도 같은 이야기예요. 미국소아과학회(AAP)가 2023년 5월에 낸 부모용 안내를 보면, 아이들이 노는 시간이 수십 년째 줄어 왔다고 해요. 그 이유로 꼽은 게 빡빡하게 짜인 가정과 학교의 일정, 안전하게 놀 곳이 줄어든 것, 화면 사용이 늘어난 것입니다. 같은 안내는 놀이가 계획하고, 정리하고, 감정을 다스리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연구도 소개하더군요. 노는 칸도 낭비가 아니라는 얘기죠.

빈칸 없이 채운 일정
한 가지를 몰아서 오래 하고, 쉬거나 노는 칸이 없고, 정하는 사람이 전부 정합니다
나눠서 짠 일정
간격을 두고 되풀이하고, 틈을 두고, 한두 칸은 당사자가 고릅니다

일·학습·관계에서 일정 짜는 법: 간격, 틈, 선택권

좋은 일정에는 간격, 틈, 선택권이 들어 있습니다. 실제로는 어떻게 짜면 될지, 학습과 일과 관계에 하나씩 옮겨 볼게요.

  • 학습은 간격: 복습을 한꺼번에 몰지 말고 처음부터 달력에 나누어 넣어요. 오늘 배운 것을 며칠 뒤, 몇 주 뒤에 다시 보는 식이죠.
  • 일은 틈: 회의를 연달아 잡지 말고 사이에 틈을 둡니다. 2021년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에서 참가자 14명의 뇌파를 재 봤는데요, 쉬는 시간 없이 30분짜리 회의 네 개를 이어 하는 두 시간 동안 스트레스와 관련된 뇌파(베타파)가 점점 커졌습니다. 회의 사이에 10분씩 쉬며 명상을 했을 때는 네 번의 회의 동안 쌓이지 않았고요. 14명이 참여한 작은 실험이라 참고로만 보시면 좋겠습니다.
  • 관계는 선택권: 아이의 시간표든 부모님과 보낼 주말이든, 한두 칸은 상대가 고르게 하는 거예요. 2008년 심리학 학술지에 실린 메타분석(여러 실험을 모아 다시 분석한 연구)은 선택권을 주면 내적 동기, 노력, 과제 수행,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느낌이 높아졌다고 정리했습니다.

게임 소개문도 “딸의 재능에 맞춰 유연하게 상황을 대처해 보세요.”라고 권하더군요. 일정은 한 번 짜고 끝나는 표가 아니라 상대를 보며 고쳐 가는 표라는 뜻으로 읽혀요. 정리하면 부모가 정할 수 있는 것은 일정의 모양이고, 정할 수 없는 것은 상대의 재능과 결과입니다.

프린세스 메이커가 남기는 한 줄

남을 키우는 일은 대신 살아 주는 일이 아니라 일정을 함께 짜는 일에 가깝습니다. 좋은 일정표는 채운 칸의 수가 아니라 간격과 틈, 그리고 상대가 고른 칸에서 드러나고요.

처음 그 방학 시간표로 돌아가 볼게요. 복습은 며칠 간격으로 나눠 넣고, 오후 한 칸은 아무것도 정하지 않고 비워 두고, 한 칸은 아이가 고르게 해 보는 거예요. 칸은 줄었지만 아이가 끝까지 따라가 볼 만한 시간표에 가까워진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게임은 현실을 단순하게 줄인 모형이니 그대로 옮기실 필요는 없어요. 오늘 저녁 달력이나 가족 시간표를 펼쳐서, 간격과 틈과 상대가 고른 칸이 각각 몇 칸인지만 세어 보셔도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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